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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美 명예에 오점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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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6일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와 관련, "미국의 명예에 오점을 남긴 사건이며 유감(sorry)"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압둘라2세 요르단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압둘라 국왕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부시 대통령이 공식사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랍권은 반발하고 있다.

◆"유감"=부시 대통령은 또 "나는 이라크 포로들과 그 가족들이 느껴야만 했던 수치심과 고통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며 "문제의 사진을 본 사람들이 미국의 본심을 제대로 이해 못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일 아랍 TV와 두차례에 걸친 인터뷰에서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를 비난했으나 사과는 하지 않았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포로 학대를 둘러싸고 전 세계 여론이 악화되자 국무부가 5일 부시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력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궁지 몰린 럼즈펠드=부시 대통령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거취와 관련, "그는 우리 내각에 중요한 인물이며 내각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캠프에서도 럼즈펠드 경질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7일자 사설에서 "바로 지금이 럼즈펠드가 물러나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6일자 사설에서 "럼즈펠드가 전쟁포로에 대한 제네바협약을 무시해 포로 학대 사태가 벌어졌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럼즈펠드는 7일 미의회 군사위원회에 출석, 포로 학대 사건을 검토할 독립위원회 구성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CNN이 6일 보도했다.

◆부시 지지도 바닥=이라크 사태와 그 와중에 불거진 포로 학대 스캔들, 타이밍을 놓친 사과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USA투데이가 6일 갤럽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 지지율은 집권 이래 최저치인 49%로 떨어졌다.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서도 55%가 '잘못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갤럽의 여론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47%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재선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랍권 분노=부시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아랍권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부시 대통령이 사과는 했지만 사죄를 요청하진 않았다"고 7일 분석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책임자인 럼즈펠드 장관을 유임시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6일 실은 새 사진들도 아랍권을 자극했다. 대부분 아랍 신문은 미 여군이 벌거벗은 이라크 포로의 목에 매달린 줄을 잡고 있는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알자지라 방송은 "포로들을 이슬람에서 더러운 동물로 간주되는 개처럼 학대하는 것은 최고의 모욕"이라는 한 종교인의 말을 인용했다.

서울=최원기 기자,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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