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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식 판 돈, 국내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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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금융정책협의회가 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렸다. 금융감독위원회 이동걸 부위원장(中) 등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외국인들이 지난달 27일 이후 2조5000억원(약 20억달러)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으나, 달러로 바꿔 국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일부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직 상당한 규모의 자금은 한국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의 향방이 향후 증시 움직임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7일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를 '셀(Sell) 코리아'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자금 일부만 빠져나가=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긴축 발언이 터져나온 지난달 29일 이후 일주일 간,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뮤추얼펀드들에서는 적지않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증권업계에선 펀드 정보사인 이머징포트폴리오와 AMG가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2억3000만달러 이상의 한국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는 대략 자금의 20~25%가량을 한국시장에 투자하는데, 관련 펀드 전체의 순유출 규모(9억5000만달러 이상)를 토대로 역산한 것이다. 유.출입이 잘 포착되지 않는 헤지펀드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자금 중 일부만 한국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외환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다. 외환은행 하종수 원달러팀장은 "주식 매각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갔으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했어야 하는데 최근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변동과 거래규모는 통상적인 수준"이라며 "순매도자금 중 달러로 바꿔 한국을 빠져나간 규모는 약 30%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7일 현재 1171.1원을 기록, 차이나 쇼크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이후 불과 0.4원 오른 상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간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는 배당금과 부동산 매각 대금 등을 모두 합쳐도 17억달러로 주식 순매도자금에 훨씬 밑돈다"며 "외국인들이 주식 매도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는 정도가 평소보다 덜하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주목해야=국내에 대기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되돌아올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았지만, 저가매수를 노리고 대기하고 있는 자금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 매각 다음날 바로 달러로 환전해나가는 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여전히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일부 헤지펀드에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다"면서도 "국제 금융환경이 요동치고 있어 글로벌 펀드들이 아직 자산 재분배 결정을 내리지 못해 국내에서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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