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을 두드려라 … 억대 연봉의 꿈이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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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9월 문을 연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세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 등 7개 대학이 문을 열었던 한국형 MBA 과정은 2007년 5개 대학에 더 생겼다. 현재 이들 대학 MBA 과정의 재학생 수는 1100여 명. 매년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성공적인 취업을 하려면 스스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서울대 글로벌 MBA는 지난달 29일 2기 학위수여식을 했다. 졸업생 중에는 금융권 요직으로 옮겨 경력 전환에 성공했거나 억대 연봉의 꿈을 이룬 이들도 있었다. 국내 MBA를 100% 활용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전직에 성공한 사례를 알아본다.

경영 실무 전반을 가르치는 MBA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경력 전환과 이직을 실현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국내 MBA 대학원의 ‘고객관계관리’ 수업 장면. MBA에서는 토론과 실습, 사례 연구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의 실무 처리 능력을 키운다. [KAIST 제공]

◆대기업 기획실에서 전략 컨설턴트로=국내 전자 관련 대기업 출신 이모(35)씨. 그는 졸업 한 달여 전 일찌감치 글로벌 컨설팅 업체 입사를 결정했다. 국내 MBA 출신으로 곧장 컨설턴트로 입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연봉도 해외 톱 클래스 MBA 출신 못지않게 받았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전략 관련 업무를 했던 그는 실무 경험에 비해 이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MBA에 지원했다. 해외 학교도 고려했지만 ROI(Return of Investment:투자수익률)를 고려할 때 1년 안에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는 국내 과정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입학 직후부터 경력 전환 전략을 짰다. 팀 프로젝트에선 항상 주도적인 위치에 섰다.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 자신의 생각을 먼저 세워놨다. 남의 의견에 영향 받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기업 사례를 연구하는 ‘케이스 스터디’ 때는 기업이 어떻게 됐는지부터 알아보기보다 자신만의 해답을 구하는 데 주력했다. 기업의 핵심 역량을 파악한 뒤, 그 결론이 단기적 이익이 아닌, 진정한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것인지 되물었다. 전략·국제경영 등의 과목에서 배운 이론적 틀(Framework)에는 항상 다니던 기업의 사례를 적용시켜 봤다. 3, 4학기 선택과목을 들을 때는 일부러 재무 관련 수업을 집중적으로 들었다. 평소 부족한 분야라고 느꼈던 터라 컨설팅 업무를 위해선 꼭 넘어야 할 산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교내외 경연대회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방학 없이 진행되는 1년 과정이라 인턴 기회가 없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삼성증권에서 주최한 프로젝트에선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투자 전략을 연구했다. 평소 수업 준비만도 빠듯했지만 주말 시간을 모두 할애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컨설팅 업무를 실제로 경험해 볼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발표는 삼성증권 고위 임원진 앞에서 영어로 진행됐다. 이씨는 “전문가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한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같은 팀 5명 가운데 3명이 삼성증권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면접 준비는 입학 직후부터 꾸준히 했다. 컨설팅 인터뷰 관련 책을 구해 읽어보긴 했지만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진 않았다.

◆자동차 마케터에서 증권사 리서처로=국내 자동차 기업에서 일하던 박인우(29)씨는 파이낸스 분야로 경력 전환에 성공한 경우다. 입사 후 줄곧 마케팅 업무를 해왔던 터라 MBA에 지원할 때만 해도 금융권으로의 진출을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첫 학기를 마치자 마자 파이낸스로 진로를 정했다. 재무회계·재무관리·경영통계 등의 과목이 적성에 맞았던 것이다. 공대 출신이라 숫자가 나오는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수업 후엔 학생들을 모아놓고 따로 보충 강의를 해 줄 정도였다. 3, 4학기 선택과목을 들을 때는 가치평가(Valuation)·인수합병(M&A)·투자론(Investment) 등 재무 관련 과목으로만 시간표를 짰다. 이 과목 학점은 늘 ‘A+’. 그는 어렵기로 소문난 미국 프린스턴대 해리슨 홍(Harrison Hong) 교수의 투자론 수업에서도 1등을 했다. 홍 교수는 “내 수업에서 A+를 받은 학생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된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통화위원인 최도성 전 교수의 재무관리 수업부터 미국 듀크대 올슨(Per Olssen) 교수의 가치평가 수업까지 그는 수업에서 배운 핵심 내용을 노트 한 권에 빼곡히 담았다. 문제 풀이 역시 한 노트에 정리, 다른 과목을 들을 때 비교, 분석할 수 있게 했다.

글로벌 투자기업 칼라일그룹이 주최한 ‘칼라일 컴피티션(Carlyle competition)’은 실무 경험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유망한 국내 기업을 가치평가한 뒤, 그 결과물을 가지고 칼라일그룹에 실제 투자를 제안하는 방식. 5명의 멤버 가운데 박씨는 재무제표 분석과 가치평가 작업을 도맡았다. 박씨는 졸업 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 업무를 시작했다. 박씨는 “대부분 국내 MBA가 1년 과정이라 자칫 배운 내용이 ‘수박 겉 핥기’가 될 수 있다”며 “배우는 동안 졸업이 목표가 아니라 실제 지식을 체득한다는 자세로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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