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요다,4일 中시안서 應씨배프로바둑대회 결승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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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제3회 應씨배 프로바둑선수권대회 결승5번기가 4일 중국의 고도 시안(西安)에서 시작된다.이곳 황청(皇城)호텔 특설대국장에서 4일 1국,6일 2국을 두고 나머지 3,4,5국은 11월4일부터 8일까지 베이징(北京)에서 치러진다.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의 유창혁(劉昌赫)9단은 오래전부터 이 일전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어 왔다.상대는 「한국킬러」로 소문난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9단은 30세 동갑내기인 요다9단과의 이번 대회전에서 자신의 능력과 운명을 시험받게 된 것이다. 요다9단은 각종 국제전에서 한국의 일류기사들과 25회 싸워 19승6패라는 발군의 전적을 기록하고 있다.한국기사들에겐 천적인 셈이다.유창혁9단과는 여섯번 싸워 4승2패로 앞서고 있고 이창호(李昌鎬)9단에게는 5승1패의 압도적 전적 을 올리고있다.조훈현(曺薰鉉)9단과는 3승3패로 동률이지만 서봉수(徐奉洙)9단에겐 2전2승이다.
세계를 굴복시킨 한국의 4인방에게만 놀랍게도 14승6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요다는 사무라이같은 인상에다 이같은특별한 전적이 결부돼 일본에서는 「일본의 자존심」이라고도 불린다. 요다는 일본 7대 타이틀중 서열 4위인 「10단」과 7위인 「기성(碁聖)」을 갖고 있다.엄격한 서열주의인 일본에서 「기성(棋聖)」「본인방」의 조치훈(趙治勳)9단,「명인」의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9단에 이어 기사서열 3위에 올라 있다.신기한 것은 조치훈이나 다케미야 모두 한국의 4인방에겐 성적이 나쁜데 그 다음의 요다만은 압도적으로 좋다는 점이다.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실력도 실력이지만 「심리적 효과」 탓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요다는 91년,5단 시절의 이창호와 5번기를 벌여 3대1로 이겼다.한국기사들은 이 패배를 이창호의 「해외징크스」탓으로 돌리면서도 「요다는 강하다」는 인상을 강 하게 받았다.
93년 동양증권배 8강전에선 대회장이 서울인데도 요다는 이창호를 또다시 꺾었다.끝내기로 접어들었을때 미세했으므로 계산의 천재 이창호가 무조건 이겼다고 믿었는데 요다는 끝까지 1집반의 우세를 지켜냈다.
「요다는 진짜 강하다」고 모두 믿게 됐다.그래서인지 4강전에서 맞붙은 유창혁마저 2대0으로 힘없이 무너졌다.하나 결승전에서 조훈현9단이 요다를 3대1로 완파했다.이때 요다의 약점이 초반에 있다는게 드러났다.두루두루 강한 요다지만 조훈현의 초반흔들기에 취약점을 노출시켰던 것이다.이 전법이 이후 한국기사들에겐 좋은 교본이 됐다.요다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도 많이 해소됐다. 요다에 대해서는 이창호9단도 설욕의 기회를 학수고대하고있다.유창혁9단은 지난 여름의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요다에게 1집반을 이겨 묵은 빚을 반쯤 갚았다.이것이 두사람 사이에 벌어진 가장 최근의 승부라는 점은 중요하다.이 승리는 劉9단이 「심리적 효과」에서 벗어나 요다를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했다는증거가 될 수 있다.
기풍을 비교하면 劉9단은 「공격적」이란 성향이 뚜렷한데 요다는 특별한 색깔이 없다.대체적으로 초반의 급전을 피해 장기전을유도해나가는 형이며 전투를 조심하고 대세를 좇는 타입이다.요다9단은 그러나 기복이 심한 약점이 있어 일본에서 현재 다승 10위 안에도 끼이지 못하고 있다.기분파라는 얘기인데 이 점은 劉9단도 비슷하다.따라서 이번 대결은 처음에 잘 풀리는 쪽이 그대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창호9단은 이번 승부를 『5대5』라고 말했다.우승상금은 40만달러,준우승은 10만달러.한국은 1회 조훈현,2회 서봉수등이 대회 우승을 독차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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