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길로 더욱 부푼 우리 식구의 밥
폐허에서 일군 뜨끈뜨끈한 천국의 열매다
밥 한 사발엔
해뜨는 바다와 조상의 살냄새와 단비가
매일 일하다 저무는 쓰라린 손그림자가 있다
나날은 밥상을 준비하는 의식이다
아버지는 기쁨을 봉헌하는 사제
어머니가 나르는 숭늉에는 언제나
황혼의 논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으로 가득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감사히>
우리는 사라진 메뚜기와 수억 개의
촛불처럼 밤하늘을 밝히는 벼이삭을 떠올렸다
불안한 밥 한 사발을 얻기 위해
우리의 등덜미는 산처럼 구부러지지만
흰빛의 밥알을 씹으며 폐허에서도 웃을 수 있으리라
땅굴같은 가난 속에서도 펄펄 살아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