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구속자 줄줄이 석방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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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이 줄줄이 석방될 전망이다.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이 제청되면서 재판이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연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엄상필 판사는 10일 박석운(53)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장 ‘아고라’에서 ‘권태로운 창’이라는 아이디(ID)로 활동해 온 나모(48)씨는 보석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했다. 엄 판사는 “재판을 헌재 결정 이후에 다시 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무기한 구속 상태로 둘 수 없다”고 보석 사유를 설명했다.

엄 판사의 이 같은 결정은 전날 같은 법원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의 한 재판부가 위헌심판을 제청하면 비슷한 사안을 다루고 있는 다른 재판부들은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가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헌재 결정 때까지 재판을 늦출 수 있다.

현재 촛불집회와 관련해 구속 기소된 34명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재판부들은 대부분 박·엄 판사와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구속 피고인 대부분은 조만간 잇따라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위헌심판이 제청됐는데도 ‘나는 해당 조항이 정말 합헌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고를 강행할 판사는 적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불구속 기소된 16명, 벌금 50만~300만원에 약식기소된 92명을 포함하면 142명에 이르는 촛불집회 관련자가 헌재 결정 때까지 최소 6개월여 아무런 법적 판단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검찰이 최근 경찰로부터 1차적으로 송치받은 단순 참가자 600여 명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된 피고인들은 폭력을 조장하거나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집시법 혐의가 포함돼 있다고 일괄적으로 석방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위헌심판제청은 해당 판사 개인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판사들도 모두 재판을 연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날 경우 촛불집회 관련자들은 집시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게 된다. 공무집행방해,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는다. 반대로 합헌 결정이 나면 집시법 혐의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게 된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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