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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악플·불펌에 빠진 인터넷 정화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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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보화 시대의 사이버 윤리』

리차드 스피넬로·허만 타바니 엮음
이태건·홍용희·이범웅·노병철·조일수 옮김
인간사랑, 732쪽, 2만5000원

 한국의 인터넷 문화와 기술은 세계 최첨단이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탤런트 최진실씨가 악플에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한 뒤 이젠 ‘최진실 사채업 괴담’을 유포한 20대 여성이 네티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해외 포털사이트엔 이 여성의 실명과 사진, 출신 학교 등의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다. 누구라도 사이버 ‘마녀사냥’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문제의 심각성엔 공감하면서도 이처럼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뭘까. 사이버상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고, 정부의 규제를 어느 선까지 해야할 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프라이버시, 지적재산권, 보안 등 인터넷의 윤리문제를 다루고 있다. 리차드 스피넬로 보스톤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사이버 윤리분야에 대한 대표적인 논문들을 엮었다. 저자들은 현재 사이버 세계에선 ‘정책 공백’상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인터넷은 한참 앞서가는데 이를 규율하는 제도와 법규는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한 정책과 규범을 만들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선 먼저 인터넷에 대한 윤리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사이버 명예훼손이 발생했을 경우,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가 편집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러나 ISP가 루머나 허위정보, 비방에 대해 사후 스크린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되는 글을 바로 삭제하고, 차후 다시 실리는 일이 없도록 게시자를 추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학자들의 논문을 엮은 것이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긴 다소 어렵다. 하지만 정책 담당자는 물론 교육자들도 한번 일독할 필요가 있다. ‘악플’ 달기, 동영상·음악파일 불법다운로드, 유언비어 유포 같은 사이버 불법행위에 많은 청소년이 별 의식 없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돌을 던져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인터넷엔 욕설이 섞인 댓글을 쉽게 올리곤 한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사이버 윤리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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