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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고전은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다른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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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전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소연 옮김
민음사, 394쪽, 2만원

 왜 고전을 읽는가? 당신은 이런 질문에 무어라 답하겠나? 참 곤란한 물음이다. 솔직히 필자도 딱히 “이래서다”하고 내놓을 게 없다. 소위 고전이란 걸 읽어본 기억이 아득할 뿐더러, 그것도 고교시절 고전경시대회 참가를 위해 ‘의무적’으로 읽은 열댓 권에 대학시절의 서너 권을 합쳐 고작 스무 권 안쪽임에랴. 얼마나 엉터리였으면 무엇 무엇을 읽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판이다. 그러니 무슨 답을 하겠는가?

그렇다면 우선 이 책 『왜 고전을 읽는가』를 읽어볼 일이다. 이 책은 바로 필자 같은 사람들, 다시 말해 ‘고전’하면 으레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머리를 절레절레하는 그런 ‘인류’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왜냐하면 이 글을 쓰기 위해 읽다보니 고전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이 저절로 바뀌어 새삼 고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보르헤스·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인 저자가 쓴 독서기이다. 호메로스·오비디우스 등 고대작가에서부터 스탕달·톨스토이·발자크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찰스 디킨스·보르헤스 등 현대작가에 이르기까지 30여 명의 작품을 다뤘다. 저자는 ‘고전’을 예스런 것이나 어떤 양식, 혹은 그것이 지닌 권위에 따라 구별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고전이란 단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그리고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일 뿐이다. 바로 레몽 크노, 프랑시스 퐁주 등 국내엔 아직 소개조차 안 된 현대작가의 작품까지 ‘고전’에 포함시키고 있는 이유다.

저자는 고전의 정의로 14가지나 제시한다. 이는 최소한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작품이어야 고전의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들에 대해 얼마나 열렬한 애정을 보이는지, 그 작품을 보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가 된다. 예를 들어 워털루 시대의 모험담을 다룬 스탕달의 작품 『파르마의 수도원』에 대해 “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바로 이 작품에 빠져들어 다른 소설의 이정표가 될 것임을 인지하면서, 이것이 최고의 소설이라는 점을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역설하는 식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칼비노가 논하고 있는 고전들을 (다시) 읽게 될 터이고, 그러고 나서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올 것이다”란 뉴요커지의 서평이 정말 근사하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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