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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아시아의 시대가 다가온다-아시아 패권경쟁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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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2년 미.중 국교수립에 결정적 공헌을 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이 이달초 21세기 포럼 참가차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중.미 양국은 멀지 않은 시기에 아시아 세력 균형유지의 중심축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양국 모두 특정 단일세력이 아시아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다.중국은 미국이 막강한 이웃으로서 중국의 발전에 기여하길 원하고 미국 역시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그동안아시아에서 누려왔던 독점적 우월지위는 종언을 고하고 중국이 아시아의 세력균형 유지 축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키신저의 판단이다. 중국의 위상변화를 뒷받침하는 것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경제력이다. 중국은 78년 개방정책을 펴기 시작한 이후 연평균 9%이상의 성장을 이어왔다.그 결과 95년 현재 중국의 GDP는 6천9백47억달러로 세계7위,교역량은 2천8백9억달러로 세계 11위 규모다.또한 79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유입된 외 자는 3천9백43억달러(허가기준)에 이른다.
중국의 위상변화는 주요국 국빈들의 잦은 중국방문과 중국지도부의 해외순방에서도 나타난다.중국외교부 선궈팡(沈國放)대변인은 『중국내 외국 국빈이 없는 날이나 중국 지도층이 외국에 나가있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은 38차례나 국가수반을 맞았으며,장쩌민(江澤民)주석.리펑(李鵬)총리.차오스(喬石)전인대상무위원장등 중국지도부가 방문한 국가는 60여개국에 달했다.
중국에서 10년이상 근무한 러시아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몇년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보이는 발언권이나 영향력은 과거 소련시절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강해졌다』며 『그들과 만나면 무슨 문제든 자신감에 차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
경제발전으로 군사력도 질적.양적으로 급성장했다.중국은 3백만명의 병력과 함께 총화력면에서 4백50메가에 달하는 3백5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세계 4대 핵보유국이며 대륙간 탄도미사일등 미국과 유럽전역을 사정권내에 둘 수 있는 핵무 기 운반수단도 갖추고 있다 .서방의 한 고위 외교관은 『89년 천안문(天安門)사태와 91년 걸프전을 겪으면서 해.공군력 증강에 박차를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항공모함 자체건조 계획이나 러시아산 최신형 전투기 구입등은 연안방어전략에 서 탈피,「힘의 원거리화」를 실현시키기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중국 위협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은 이제 「빈곤.취약국가」가 아닌 「번영.강대국가」로서 미래의 경제적 경쟁자이자 잠재적인 전략적 라이벌이라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물론 중국당국은 이에대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등 서방국들의 음모라고 반박하면서 중국은 결코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기회있을 때마다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과거 전통적인 동아시아의 패권국가로 자부해왔다는 사실을 들어 지속적인 경제발전으로 국력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중국은 전통적으로 누렸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이 경우 중국은 기존질서를 인정하 고 수용하기보다 질서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며,이는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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