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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육상남자100m비전>下.트랙 꿈나무 마음껏 뛰고싶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한켠에서 싹수있는 10대가 떠오른다 싶으면 다른 한켠에선 그렇게 떠올랐던 20대가 슬그머니 사라지고….절망과 체념과 무관심이 어우러진 그늘속에서 한국육상 남자 1백는 올해도 몇몇 될성싶은 떡잎들을 발견했다.그중 선두주자는 추병호( 18.강원체고3).95시즌(최고기록 11초09)까지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던 추병호는 96종별선수권(4월24일)에서 10초92를 기록하더니 가을철 중.고육상(8월16일)에서 10초58을 마크하는등올들어 쾌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육상에 비전을 제시한 그가 앞으로 한국기록(10초34)을깨고 아시아정상(10초14)을 향해 질주하도록 가꿔내는 건 한국육상계의 몫이다.그러면 10초장벽은 코앞이다.
어떻게 가꿀 것인가.기술적인 측면에서 ▶파워보강으로 풀스피드지속거리(현재 70)를 90안팎(1백전공 월드스타 평균치)까지끌어올리고▶유연성을 길러 스텝이동과 팔젓기를 보다 부드럽게 하는등 몇가지만 보완하면 한국기록 경신은 시간문 제(국가대표 상비군담당 이효석감독)라는 지적이다.그러나 이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선수가 「달리는 재미」「달리고픈 의욕」을 못느끼는 한국의 현실에선 아무리 훈련을 하더라도 소기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돈 안되는 태극마크보다 체대입시생 과외지도가 더 낫나고 대표팀을 떠난 A,국가대표 감독직을 사양한 채 에어로빅강사로 돌아선 B등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자신의 고교기록을 내는 대학생스프린터가 10명중 2~3명에 불과한 것도 기록단 축보다 취직걱정이 절박한 그들로선 당연한 일이다.
모든 것을 각오하고 트랙을 떠나지 않은 선수에게도 문제는 첩첩산중이다.뛸 기회조차 드물다.10초몇몇에 승부를 가르는 1백선수가 1년에 고작 4~5번밖에 못뛰는게 한국(대학대회 5개,실업대회 4개,전국체전 포함)이다.미국은 고사하고 일본만해도 연중 30여차례 육상대회가 벌어진다.그런데도 단거리 떡잎들은 쉬지 않고 솟아나고 있다.그들이 번번이 슈퍼스프린터로 자라나지못한 것은 단거리를 지레 남의 일로 내버려온 한국육상계의 책임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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