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감량경영이 최선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고 기업인.학자들이 입을 모은다.그렇다고 해서 절망하지 말고,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한다.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출발을 모색할 때다.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산업이 그동안 우리나라의 호황을 가져왔지만 지금 「추락」하고 있다.그러나 금년 경제성장률이 6%를넘는다면 아직 우리경제가 추락한다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노총만은 아직 한국 경제가 추락한다고 보지 않는 모양이다.누군가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그러나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감원선풍을 일으킬 기미가 보이고 있다.
감원.감량경영은 너무나 손쉽게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기업의이윤이 하강하고,근로자들이 의욕을 잃고,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을 때 사람을 자르는 일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경제가나빠지면 축소지향이 된다.경비축소에 관심을 기 울이게 된다.
우리는 경비절감의 칼을 휘두르기 전에 비용과 투자를 구분할줄알아야 한다.소득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마비시키는 경비절감은 기업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경비절감을 제1주의로 삼는 기업들은 실패한 기업으로 나타나기 쉽다.성공의 역사를 가진 기업들은 함부로 사람을 자르지 않는다.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프로그램을 만들어 모험을 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같이 어려운 때가 사람과 신규사업에 투자할 때다.
그들을 내쫓는다면 기업은 지금까지 낭비적인 인력관리를 해왔음을증명할 뿐 아니라 남아 있는 인력의 사기를 저하시켜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조처가 생산성을떨어뜨린다면 큰 일이 아닌가.
쉽게 컨설턴트나 찾아 의지하지 말고 광고비도 낭비하지 않는게좋다.모든 기업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새롭게 태어나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새롭게 태어날 수 없는 기업은 망한다.
신입사원들은 대체로 정열적으로 일한다.그러나 그들은 언제부터인가 정열을 잃는다.그들에게 직장은 최선을 다 할 필요가 없는곳으로 전락한다.언제부터인가 직장은 실망스러운 곳이 돼버렸고,서글퍼지게 하는 곳으로 전락해버렸다.그것이 내가 요즘 한국에서느끼고 있는 상황이다.한국병이라고나 할까.
한국인들은 지나간 30년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고,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자축할 수 있었다.서울 아파트 값이 워싱턴의대저택을 사고도 남을 값이 됐고,식료품.옷값이 뉴욕보다 비싸게됐다.세계여행을 이웃집 드나들듯 하며 우리도 선진국이 됐다는 환상에 빠져들게 됐다.
많은 국민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나라의 환경공해,비생산적인 기업경영,아직도 낮은 과학.기술수준같은 부족한 점을 직시하고 사람들이 숨쉴 수 있는 공기,마실 수 있는 물을 찾았어야 했는데,우리들의 부끄러운 곳을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3만달러 수준의 국민소득을 가진 나라들을 닮으려고만 한다.
60년대는 가난했지만 인간다운 사회가 있었다.사랑이 있었다.
정열이 있었다.그후 경제성장은 노사관계를 적대관계 비슷하게 만들어냈고,비생산적 낭비를 만들어냈고,흉측한 도시를 만들어냈으며,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강을 만들어냈다.
우리들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60년대-사명(전략계획)을갖고,비전(새로운 목적지)을 제시하며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리더십과 게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최선의 노력과 희생을 감수했던노동자들이 지녔던-그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신입사원때의 열정을 다시 찾아야 한다.열정이 미국식 경영기법보다 훨씬 강력한 처방이 돼야 한국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지금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사람과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해야 한다.
崔然鴻 서울시립大 객원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