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전국프리즘

지역 주민과 소통 필요한 공기업 통폐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지역의 이해를 건드려서 벌집을 쑤신 듯하다. 지난 8월 11일 제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폐합 방안이 포함되었고, 그중 대한주택공사는 경남혁신도시 진주에, 토지공사는 전북혁신도시 전주로 이전하는 핵심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진주는 일제시대와 압축성장기에 공단 등 자원을 배분받지 못하고 성장거점의 배후지가 되어 영남권에서도 낙후의 섬이 되어 있던 곳이다. 이런 점이 감안되어 혁신도시로 선정되었고, 100년 소외를 벗어날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핵심 공기업의 통폐합이 논의되면서 주민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집단 심리상태의 바탕에는 지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묻어 있다.

경남, 그 가운데 진주권 사람들도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서 공기업들이 저지른 온갖 비리를 왜 모르겠으며, 그것에 대해 왜 눈감자고 하겠는가. 민간기업의 능력이 미치지 못할 때, 또 공공재의 성격상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분야에서 필요한 공공재화나 서비스를 생산·공급하는 것이 공기업인데, 오히려 국민을 배반하고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혈세만 축내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걸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경남도민들도 인정하고 있다. 이른바 정부가 내세운 정책의 목적엔 수긍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남이나 전북의 도민들은 지금 중앙정부가 내세운 목적이 옳으면 모든 수단이나 절차가 정당화되느냐고 묻고 있다. 이들은 이걸 제대로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시·도의 혁신도시들이 그런 것처럼 경남과 전북 도민들에게 대한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포함한 공기업 이전은 기득권이 되었다. 그런데 각 시·도 혁신도시 간에 갖추어진 균형을 두 공기업 통폐합이 깨뜨려 버린 것이다.

그나마 전북에는 2020년까지 25조원이 투입될 예정인 새만금이라는 엄청난 국책사업이라도 펼쳐지고 있어서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경남의 서부권은 혁신도시 사업조차 축소되거나 왜곡될 우려가 있어 잔뜩 걱정이 큰 데다 광역경제권, 남해안 선벨트 구상에서도 누락되어 있어 신경이 날카롭기 그지없다.

더구나 진주·사천·산청·함양·거창·하동·남해 등 7개 시·군은 평균 재정자립도가 18.5%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적 기반이 약하고, 자원배분의 소외지대에 대한 배려는커녕 충분한 소통도 시도하지 않은 채 혁신도시 정책, 광역경제권, 선벨트 구상 등에서 누락되거나 축소 조정당할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연히 정부는 먼저 두 지역 주민들에게 정부의 기본 구상을 소개하고, 의견을 듣고, 형평에 맞는 상응하는 조치를 제시하며 설득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러하질 못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의 박탈감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벌집을 쑤신 중앙정부의 책임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영기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