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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한국 벤처에 100만 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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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도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벤처 투자는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9일 충북 청주의 라마다플라자 호텔에서 ‘바이오기술 글로벌사업화 프로젝트’의 투자 대상 업체로 충남 대덕연구단지 내 파멥신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6개월간 31개의 신생 바이오업체를 놓고 기술성 평가와 사업성 심사를 했다.

파멥신에는 노바티스가 운영하는 벤처 펀드가 100만 달러(13억8000만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벤처 펀드는 2일에도 서울대 약학대 김성훈 교수가 설립한 네오믹스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파멥신은 지난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진산 책임연구원이 세운 회사로, 항체 치료제를 개발한다. 2005년 설립된 네오믹스는 항암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을 고른 노바티스의 ‘선구안’이 뭘까 궁금하다. 1996년에 설립된 노바티스 벤처 펀드는 처음에 7500만 달러로 시작해 6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세계 70여 군데 비상장 벤처업체에 투자했다. 이번이 한국 업체에 대한 첫 투자다. 5년간 한국 몫으로 2000만 달러(약 280억원)를 잡아놓고 ‘숨은 진주’를 캐낼 참이다. 이 펀드를 총괄하는 레인하드 암브로스(사진)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뭘 보고 투자업체를 선정하나.

“네오믹스는 괜찮은 물질을 확보해 암 치료에 매진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합성물질·항체·RNA 등을 활용한 다양한 항암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경영진도 합리적으로 짜인 것 같다. 김성훈 교수는 단순히 돈을 대는 것보다 지식과 네트워크를 지닌 ‘스마트 머니’ 투자자를 원했다면서 우리를 반겼다.”

-최고경영자(CEO)의 능력과 과학적 성과물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경마에 비유하면 기수와 경주마의 관계 같다. 기수는 CEO, 경주마는 과학 업적이다. 벤처의 라이프 사이클을 보면 초기에는 과학적인 성과물이 중요하다. 갈수록 CEO 가중치가 커진다.”

-펀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수익을 내나.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라야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쉽사리 회수할 수 있다. 수익금은 원래의 투자금과 함께 재투자된다. 짧게는 2년 반, 길게는 10년 걸린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이 있을 텐데.

“그렇다. 미국과 유럽 증시를 통틀어 2년간 상장된 바이오테크 기업은 두 군데에 불과하다. 새로운 펀드 조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러나 바이오테크 기업은 고유의 핵심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핵심 가치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회사가 성과를 낼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길게 봐야 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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