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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운영미숙 아쉬움-부산영화제 평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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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국제영화제 경험이 없어 기대반 우려반 속에서 개최된 이번 영화제는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가장 성공적인 부분은 관객들의 호응.영화제 집행위는 애초에 관객동원 상한선을 18만명으로 잡았지만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관객은 20만명을 넘었다.절반이상의 상영작이 매진됐고 비인기부문인 해외단편까지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초청인사인 독일 국립영화연구소장 마티아스 크놉은 『유럽의 전통있는 영화제도 관객들이 이 정도로 북적거리지는 않는다』며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에 비해 영화제 개최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은 것같다』고 인상을 전한다.그러나 이런 축제 분위기의이면에는 8개월이라는 짧은 준비기간에 서둘러 행사를 진행하느라발생한 실무상 문제가 적지 않았다.가장 아쉬웠던 점은 캐나다영화 『크래시』가 10여분이 잘려나간채 제한상영된 사건.무심의.
무삭제 상영이 원칙인 국제영화제에 서 있을 수 없는 일로 부산영화제가 국제영화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번역작업도 문제였다.일부 작품은 자막작업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동시통역을 하는 해프닝을 벌였다.또 문제작으로 주목받은 대만영화 『아청』은 상영직후 가진 감독과의 대화시간에 통역이 제대로 안돼 관객들이 도중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운영미숙으로 상영사고가 잇따른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뉴 커런츠 부문에 출품된 한국영화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필름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극장측의 실수로 상영도중 영화가 중단됐다 거꾸로 돌아가는 바람에 재상 영해야 했고중국영화 『조용한 마을』은 한글자막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30분가량 상영을 중단,관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김동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처음 열리는 국제영화제이고 내부에 경험자가없어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고백한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에 참가한 해외 관계자들은 부산영화제가 대성공이었다고 입을 모은다.영화제의 관건인 관객동원과 작품선정이 합격점을 줄만하고 행사장 분위기도 축제를 연상시킬만큼 활기찼다는 것이다.부산영화제를 시민들의 축제로 키우겠다는 집행위의 기획의도는 기대이상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부산영화제가 아시아의 대표적 국제영화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실무상 문제외에도▶국내 영화사에서 수입이 확정된 작품을대량 출품시킨 「월드시네마」「스페셜프로그램」 부문의 개성없는 작품선정▶개막식에서 보여준 관주도의 행사 분위기 ▶10여명에 불과한 외국 기자수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해외홍보 부재등의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산=남재일.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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