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黨주도권 잡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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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나라당은 바쁘게 돌아갔다. 오전엔 '수요조찬공부모임'(수요모임), 점심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모임이 열렸다. 4.15총선 이후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그룹들이다. 수요모임은 남경필.원희룡 의원 등 소장.개혁파가 이끌고 있다.

발전연은 홍준표.이재오.김문수 의원 등 3선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이중 어느 쪽이 주류가 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원내총무 경선(5월 중순)과 전당대회(6월)를 거쳐 새 지도부의 진용이 짜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초반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요모임은 이날 당대표-원내대표를 '투톱(two-top)'으로 하는 분권형 지도체제로 개편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될 경우 정책위의장을 원내부대표(지금의 원내부총무)가 겸직하거나, 당대표 밑에 둬 원내외 정책을 아우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또 최종 당론 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의원총회가 갖도록 하는 방안도 제도화하기로 했다. 지난번 대통령 탄핵 때처럼 당대표가 당론 결정권을 좌지우지해 온 관행에 쐐기를 박자는 취지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 제출할 방침이다.

발전연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창립준비 모임을 열고 준비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오는 28일 공식 창립식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모임에선 초선인 공성진 당선자를 창립준비위원장으로 정했다. 간사를 맡은 고진화 당선자는 "바른 나라, 강한 나라, 좋은 나라에 관한 연구를 1차적 과제로 설정하고 이슈와 정책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지도체제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 거론하지 않았다. 홍준표 의원은 "더 이상 지도체제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며 "朴대표 스스로 지도체제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집단 지도체제 요구가 朴대표의 뒷다리를 잡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참석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16대부터 모임을 꾸려온 '원조수요모임'도 체제를 재정비하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박진.권영세.임태희 의원 등 수도권 중도파 의원들과 김충환.나경원.박재완.이혜훈.정두언.진영 당선자 등 주로 수도권 초선들이 가담하고 있다.

이정민.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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