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영국 주교 이혼녀와 잠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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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신부는 과연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가.
최근 영국에서 가톨릭 주교가 여신도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끝에 신부복을 벗은 사건이 발생,이같은 논쟁이 로마 교황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소설 『주홍글씨』를 연상시키는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아질지역을 관할해온 로더릭 라이트(52)주교.
사건은 「스타스키」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이 지역에서 멋쟁이로유명한 라이트신부가 지난 9일 한 이혼녀(캐서린 맥피라)와 함께 돌연 잠적하면서 시작됐다.
올해 40세의 이 이혼녀는 현재 간호사로 일하는 세 자녀의 어머니.20여년전 맥피라의 사생아 장례식을 라이트주교가 집전한뒤부터 서로 호감을 가졌던 두사람은 수년전 맥피라가 이혼하자 더욱 가까워져 마침내 증발소동을 일으키게 된 것 이다.
가톨릭교단측은 처음엔 헛소문이라고 가볍게 넘겼으나 4~5일이지나도 연락이 닿지 않자 정식으로 이들의 행방을 찾게됐고 현지언론들도 이를 대서특필,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결국 라이트주교는 실종 8일만인 지난 17일 비밀리에 나타나스코틀랜드추기경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사제직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됐다』고 실토하고 주교직에서 물러나 환속하겠다고 밝혔다. 교단측은 그의 사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 가톨릭교단에서는 신부의 독신원칙을 깨야한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실 흄 추기경조차 18일 『결혼금지 규정으로 훌륭한 성직자감을 수없이 놓치고 있다』며 기존의 독신주의를 공격하고 나서는한편 성직자 독신원칙 철폐를 로마 교황청에 정식 건의했다.
교황청은 『현 요한 바오로2세는 철저한 독신주의를 원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신부의 독신주의 원칙을 단시일내에 변경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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