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14분 센터서클에서 볼을 잡아챈 라데(포항아톰즈)가 달려드는 수비수 4명을 따돌리고 토치카(안양LG 치타스 골문)에 육박하자 영일만 축구팬들은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일어섰다.
그러나 라데의 왼발을 떠난 볼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스칠 듯 지나치는 순간,함성은 금세 탄식으로 바뀌었다.
전반39분 LG진영 오른쪽부터 시작된 라데의 질풍같은 대시로수비수들이 차창밖 가로수처럼 하나둘 뒤로 쓸릴 때도 관중들은 지체없이 손뼉을 치며 「예」를 갖췄다.
함성이 막 높아지려는 순간 이번엔 불규칙 바운드에 의한 라데의 핸들링.휘슬소리와 함께 때린 슈팅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힌뒤 핑글핑글 되돌아나오고 관중석에선 「울퉁불퉁한 그라운드」를 탓하는 고함이 쏟아졌다.
후반30분 페널티에어리어 한 가운데에서 노태경의 센터링을 받은 라데가 돌아서며 때린 회심의 슈팅이 엉겁결에 내뻗은 GK 임종국의 손에 걸려들었을 땐 차라리 포항이 골을 먹은 분위기.
딸 크리스티나(2)를 안고 응원하던 라데의 부인 알렉산드라(24)는 남편이 페널티킥이라도 놓친 듯 머리를 감쌌다.
포항축구팬들이 그토록 목놓아 기다린 건 라데의 「더블타워」 제막.프로축구 13년6개월동안 한번도 탄생하지 않은 10-10클럽(한시즌 정규리그 10골.10어시스트 이상 기록) 가입을 맨눈으로 지켜보기 위한 것이었다.현재 9골.12어 시스트.
그러나 단 1골을 남겨놓은 더블타워는 이날도 「포장뜯기」를 거부했다.부산대우로얄즈와의 동대문경기(11일) 이후 두번째.94시즌 라데에게 두번이나 슈퍼해트트릭(4골)을 안겼던 LG는 조병영.박철.김판근이 번갈아 두눈을 부릅뜨고 라데 를 감시하며대기록의 제물신세를 벗어났다.
LG의 필사적 육탄방어에 더블타워 제막과 용병 최초 최우수선수(MVP) 「황태자책봉」을 노렸던 라데는 도리어 9게임째 이어오던 홈게임 연속 공격포인트(5골.7어시스트)의 맥마저 끊기고 말았다.
한편 삼성과 일화의 창원경기는 2-2로 비겼다.
포항=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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