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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 북미 배급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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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Fahrenheit 911)'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작사인 미라맥스의 모회사인 월트 디즈니는 최근 이 작품의 북미 배급을 금지시켰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디즈니사는 배급 금지의 근거로 10년 전 맺은 계약 내용을 제시했다.

디즈니는 미라맥스를 인수할 당시 계약서에 '예산초과나 17세 미만 관람금지 등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영화에 대해 배급을 금지시킬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디즈니사의 이 같은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12일 개막되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있는 이 작품은 부시 대통령 일가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오래전부터 깊숙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테러 직후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던 빈 라덴 친척을 서둘러 출국시키는 데 부시 행정부가 개입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디즈니사의 결정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사업에 미칠 경제적인 타격을 우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무어 감독은 LA타임스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고도 없이 어제(4일) 디즈니사로부터 이 같은 통고를 받았다"면서 "이번 사태는 이 나라에서 비판적인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디즈니사 측은 "이미 1년 전부터 이 같은 내용을 무어 감독 측에 전달했으며, 이 시점에서 그가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칸 영화제 출품을 앞둔 선전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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