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호통치는 의원들 스스로 먼저 법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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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정감사장에서 장관에게 호통 치는 국회의원에게 묻고 싶다. 과연 호통 칠 자격이 있는가. 국회는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지 않는가. 국회가 끝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리 혐의 동료 의원을 감싸기 위해 스스로 국회법을 어긴 셈이다.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했던 검찰은 국회가 동의해주지 않음에 따라 문 대표를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채 7일 기소했다. 공소시효가 9일 만료되기에 더 이상 국회의 결정을 기다릴 수 없었다.

그간의 경과는 단순하다. 문 대표는 공권력 무시로 일관했다. 검찰에 따르면 문 대표는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한정 의원에게 ‘비례대표로 공천해 주는 대가’로 6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2월 만들어진 공직선거법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금지’ 조항을 어긴 혐의다. 돈을 준 혐의자인 이 의원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법원에 출석해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돈을 받은 혐의자인 문 대표는 검찰로부터 아홉 차례의 출석요구를 받았지만 한 번도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정기국회가 열리자 검찰은 법(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에 따라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구했다. 체포동의안은 법원과 대통령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당연히 국회는 법(국회법)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아예 본회의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는 아직도 검찰에 출두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 대표의 처신은 그가 주장해온 ‘클린 정치’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공천 대가로 돈을 받는 구태는 문 대표가 비판해온 기존의 정당들조차 청산한 과거다. 지난 총선에서 급조된 친박연대에서 비슷한 금품수수 사건이 있었을 뿐이다.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 역시 이미 유죄를 선고받았다. 오직 문 대표만 홀로 검찰의 수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탄압’이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는 더 문제다. 문 대표의 처신은 개인의 자질 문제지만 그를 감싸는 국회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무시하는 집단이기주의다. 헌법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것은 외부의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입법활동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결코 의원이나 정당의 비리를 감싸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회는 면책특권을 남용함으로써 정상적인 사법 절차를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감사장에서 호통 치는 의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싶다. 면책특권을 남용하지 말라고. 의회가 먼저 법을 지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