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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영의 DVD세상] 가정의 달 '강추 비디오·DV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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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 할 일도 많고 갈 곳도 많은 계절이다.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고, 어디를 가든 사람 구경하다 지쳐 돌아오기 딱 십상'이라 말하는 가족들을 위해 여기 풍성한 메뉴로 가득한 안방극장이 준비되어 있다. 필요한 것은 가족과의 접속을 기다리고 있는 6편의 비디오와 DVD. 더불어 나눠 먹을 과자 한 봉지와 성능 좋은 리모컨, 따스한 가족의 정만 준비하면 만사형통이다.

모은영

*** 피터 팬(2003)

감독 P.J 호건 |출연 제레미 섬터, 제이슨 아이작스

모험과 꿈으로 가득한 ‘네버랜드’로 오세요! 영원히 자라지 않는 만년 소년, 어두운 밤 남몰래 찾아와 어린이들을 마법의 세계로 안내하는 장난꾸러기 피터팬이 돌아왔다. 1904년 제임스 M 베리에 의해 태어난 이래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년 그대로인 ‘피터팬’을 다시금 세상에 불러낸 이는 바로 호주 출신 감독 P J 호건이다. 이제까지의 ‘피터 팬’ 영화 중 가장 원작에 충실하지만 ‘뮤리엘의 결혼’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등 감독의 전작에서 확인했듯 살짝 비틀린 유머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가득하다. 특히 감독은 이제 막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웬디의 시선에서 영화를 바라봄으로써 기존의 ‘피터 팬 영화’와는 전혀 다른 맛을 선사한다. 근사한 배경과 환상적인 내용, 자연스러운 특수효과가 어우러진 이 특별한 ‘피터 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픈 이들은 오늘 밤 살짝 창문을 열어 둘 것.

*** 곰이 되고 싶어요(2002)

감독 야니크 하스트룹
목소리 출연 오토 브란덴부르그·파프리카 스틴

행여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와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분명 색다른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덴마크와 프랑스 등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작품 ‘곰이 되고 싶어요’는 제목 그대로 곰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 소년의 이야기다(절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곰의 이야기가 아니다). 죽은 아기 곰을 대신해 엄마 곰의 아들로 자라난 소년이 곰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격렬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북극 신화를 바탕으로 수채화를 연상시키듯 투명한 그림체와 신비로운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갈등, 정체성 같은 만만찮은 주제들을 다룬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스토리와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에 길들어진 요즘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 줄 만한 작품이다.

어린 왕자(1979)

감독 윌 빈튼 | 원작 앙투안느 드 생텍쥐페리

클레이메이션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한편 더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저 하늘 어딘가에 나만의 어린 왕자가 살고 있으리란 상상에 젖게 했던 바로 그 동화. ‘어린왕자’를 클레이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클레이메이션’은 우리에게는 ‘웰레스와 그로밋’으로 잘 알려졌지만 원래 이 용어는 윌 빈튼이라는 애니메이션 작가가 창안해 자신의 작품에만 붙이던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이었다. 실사 ‘어린왕자’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에 실망한 윌 빈튼이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판 ‘어린 왕자’는 클레이메이션의 창시자답게 독창적이며 인상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실사 영화 뺨치는 섬세한 움직임과 완벽한 립싱크,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배경, 어린 왕자와 함께 했던 짧은 꿈같은 작품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이보다 어울리는 작품도 없으리라. 국내에서는 오직 DVD만으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 말괄량이 삐삐(1969)

감독 올레 헬범 |출연 잉거 닐슨·마리아 퍼슨

“삐삐를 부르는 환한 목소리, 삐삐를 부르는 상냥한 소리”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유난히 큰 앞니, 양 갈래로 높이 솟은 빼빼 머리를 한 말괄량이 소녀. 70~80년대 무렵 수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힘세고 씩씩한 소녀, 추억의 삐삐가 DVD로 부활했다. 스웨덴 출신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 TV 시리즈는 매회 신나는 모험과 매혹적인 이야기로 전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던 장본인이다. 말과 원숭이 넬슨씨와 낡은 집에서 혼자 살며 어른들이 만든 규율이나 권위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천방지축 소녀. 이러다 내 아이도 혹 삐삐를 닮을까 걱정하신다면 그 옛날 삐삐와 아니타, 토미의 신나는 모험담에 얼마나 가슴 설레고 즐거웠던지 왕년의 자신을 떠올려 보시길.

*** 강아지 똥(2003)

감독 권오성|목소리 출연 정미숙·송도영

태초에 세상을 창조할 때 신은 세상 모든 사물에게 저마다의 쓰임을 주었다고 한다. 그것이 설령 강아지가 길가에 싸 놓은 작고 지저분한 ‘강아지 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몽실언니’ 등으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강아지 똥’은 바로 이런 평범하지만 소중한 인생의 교훈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존재 의미가 있고 누구나 한번은 태어나 죽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 클레이메이션의 따스하고 몽글몽글한 이미지와 이루마의 서정적인 영화음악 역시 이러한 잔잔한 감동을 배가시킨다. 볼품 없는 ‘강아지 똥’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해답은 작품 속에서 직접 만나 보시길. 하나 더, 이 작품은 얼마 전 미국에서 DVD로 발매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파이 키드 3D(2003)

감독 로베르토 로드리게스
출연 안토니오 반데라스·칼라 구기노·다릴 사바라

안방극장이라고 화끈한 이벤트가 없으리란 법도 없다. 스크린에서도, TV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화끈한 3차원 입체 영화 ’스파이 키드 3D‘가 신기한 볼거리를 선사해 줄 것이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DVD에 동봉된 입체안경은 필수. 행여 언제 안경을 쓰고 벗어야 할지 헷갈린다고 걱정하지는 마시길. 영화 속에서 친절하게 적절한 타이밍을 알려주니 말이다. 스파이 가족의 활약상을 담은 가족모험영화 ’스파이 키드‘ 시리즈 중 한 편인 이 작품은 애초부터 입체영화용으로 기획, 제작된 작품이다. 기본 줄거리는 일단 누나를 구하기 위해 게임 속으로 들어간 주니의 활약상이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중심은 로봇 격투, 레이싱처럼 진짜 컴퓨터 게임을 연상시키는 스릴 넘치는 액션 장면들이다. 화면 앞으로 튀어나오는 주먹, 날아오는 파편 등 실감나는 입체영상이 ’스펙터클한 세계‘의 진수를 선사한다. 줄거리 자체야 얼토당토않지만 가끔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 특별한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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