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스니아 평화 정착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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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년반에 걸친 내전기간중 20여만명이 희생되고 2백만명이상의난민이 발생,2차 세계대전후 유럽이 겪은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보스니아사태가 평화의 결실을 할 수 있을지 결정할 통일선거가 오늘 실시된다.
6개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것은 최고 권력기관인 3인 간부회와 의회선거다.이 두 선거결과로 연방정부가 구성되기 때문이다.현재로선 다수민족인 회교도측이간부회 의장을 맡을 것이 확실하다.그러나 문제 는 이번 선거가국가통일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있다.비록 연방에 속하지만 독립국과 다름없는 두 공화국이 비토권을 행사,연방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다.실제로 세르비아계는 이번 선거를 분리독립을 합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투표과정에서 빚어질 혼란도 골칫거리다.2백90여만 유권자중약 64만명이 난민으로 국외에 체류중인데,약 15만명이 과거 자신이 살던 지역에 돌아가 투표할 예정이다.그런데 이들이 과연방해를 받지 않고 투표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 다.만약 이들과 현지 신(新)주민들간 충돌이 일어날 경우 선거는 물론 평화과정 자체가 실패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선거관리를 맡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평화이행군(IFOR)과 유엔경찰부대(IPTF)의 협조를 받고 있으나 이들 이 사태를 제대로 장악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그동안 보스니아 평화정착을 사실상 주도해온 미국은 연말까지 IFOR에 소속된 미군을 철수할 계획이지만,선거 후유증이심각한 상태에서 철수할 경우 평화구도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보스니아사태가 무력 아닌 선거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일이다.
선거는 시작일 뿐이며 통일정부 구성은 지난(至難)하리란 비관적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을 갖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보스니아인들의 인내와 관용,그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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