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美 동맹체제 꼭 회복해야-이라크사태 美 대응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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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라크군은 10일 쿠르드지역 반후세인 거점인 술라이마니야를 함락했다고 외신이 전했다.이 뉴스는 미국의 대(對)이라크 미사일공격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탈냉전후 미국의 중동정책이 처음으로 세계차원의 배격을 받았고 더욱 걸프전쟁시 미국 .영국.프랑스가 중심이 된 이라크동맹이 분열징후를 나타내고 있다.클린턴 미대통령은 지역맹주의 야망에 불타는 독불장군 사담 후세인에게 일격을 가하기는 했지만 프랑스등 서구동맹국들과 사전조율 없는 성급한 「람보」적 공격이 오히려 국제사 회의 거부반응을 일으켰다.이러한 반응에 편승한 이라크의 공세가 구미열강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영국.프랑스등 구미의 동맹체제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중동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미국은 공격에 앞서 프랑스를 끌어들였어야 했고,신드골주의를 내세운 시라크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했어야 했다.중동 뿐만 아니라세계문제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준 미테랑과는 달리 국익 우선을 기본정책으로 삼은 사람이 바로 시라크다.그는 드골의 독자적 외교노선과 친아랍정책의 계승자를 자처한다.프랑스가 미국을 공개적으로 견제한 것은 자국이익 때문이지만 독자노선의 의지도 작용했다. 미국이 「이라크비난 결의안」을 미국.영국.프랑스 3국공동으로 제안했더라면 철회라는 망신을 피할수 있었을 것이다.프랑스가 러시아의 비토를 견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냉전시대에 아랍권은 옛소련의 지배아래 있었고 프랑스의 입김도 무시할수 없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시리아의 아사드,리비아의 카다피등은 모두친소적 성향의 지도자였다.공산권 붕괴로 미국이 걸프전쟁후 이 지역에 영향력을 강화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러시아와 프랑스가영향력을 다 상실한 것은 아니다.클린 턴은 이 점을 간과한 것같다. 또한 미국은 세계의 화약고인 쿠르드 문제를 푼다는 대의명분을 소홀히했다.그래서 대선을 겨냥한 정략이란 비난을 샀다.
더욱이 터키와 이란의 쿠르드족 공격시 침묵했다가 이라크에만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퍼부은 것은 형평성의 원리에도 어긋난 다는 비판마저 일었다.
이라크군이 미국의 미사일 우박을 받은 다음에도 술라이마니야를점령하는 개가를 올린 것은 미국의 패배라고 말할 수 있다.
구미 강대국들의 분열과 패권경쟁은 불확실성시대를 더욱 불확실하게 할 것이다.유엔안보리에서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이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유럽연합(EU)조차도 불협화음을 증폭시켰다.이것은 평화구조를 관리하는 구미동맹구조 의 분열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세계의 독불장군들,중동의 사담 후세인뿐 아니라 쿠바의 카스트로.북한의 김정일까지 꿈틀거리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주섭일 국제문제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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