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 소수민족들 나라없는 설움-베르베르.콥트.마로니트族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근 이라크 사태로 나라없는 소수민족 쿠르드족의 비극이 국제무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란에서 모로코에 이르는 중동지역에는 「나라없는 설움」을 곱씹고 있는 또다른 소수민족들이 많다.중동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지역의 소수민족은 줄잡아 5천만명.
이중 대표적인 종족은 알제리와 모로코에 거주하는 베르베르족(1천5백만),이집트의 1천만 콥트족,레바논의 1백30만 마로니트족,시리아의 1백70만 알라위트족들이다.
이들은 이 지역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기엔 충분할 만큼의 세력은 유지하고 있지만 민족자결이란 꿈을 달성하기엔 힘이 부족하다.워낙 숫자가 적어 알라의 이름으로 뭉친 2억명에 달하는 아랍이슬람교도들의 틈바구니에서 독립국을 창설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적 이해와 관련해선 결사적인 반목도 불사하는 아랍국이지만 민족과 종교가 다른 소수민족 억압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번 이라크사태에서 지역국가들이 사담 후세인의 쿠르드족 진압을 「이라크 국내문제」라며 암묵적 지지를 보낸 것도 쿠르드족 독립운동 여파가 자국내 소수민족에 미칠 영향을 두려워한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이들 소수민족은 비슷한 「낭인 신세」인 팔레스타인인들과도 입장을 달리한다.팔레스타인인들 역시 이스라엘 내에서는 소수민족이지만 시야를 넓혀 중동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대다수 민족인 아랍민족의 일원이란 성격을 띤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제한적이나마 자치를 쟁취한것도 이.팔 분쟁이 이.아랍 갈등의 성격으로 변모하면서 이슬람형제국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