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한국오픈 ‘샴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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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나라에서 우승하겠다는 스물세 살 재미 교포 앤서니 김의 꿈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대신 세계로 나가겠다는 꿈을 가진 스물두 살 배상문(캘러웨이·사진)이 샴페인을 터뜨렸다. 세계 톱 랭커인 앤서니 김과 같은 조에서 맞서 싸워 얻은 승리였기 때문에 배상문은 우승 상금 3억원보다 값진 희망을 얻은 셈이다.

배상문이 5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1, 7185야드)에서 끝난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69타를 친 그는 합계 11언더파로 이언 폴터(영국)를 한 타 차로 제쳤다. 앤서니 김과 김위중(삼화저축은행)이 9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우정힐스의 승부처인 18번 홀(파5, 561야드). 11언더파로 배상문과 팽팽한 선두 다툼을 벌이던 폴터가 티잉 그라운드에서 올라섰다. 전 홀에서 만만치 않은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킨 그는 이미 우승 트로피를 예약한 듯 표정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러나 OB 구역인 오른쪽을 의식했는지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공은 17번 홀 러프에 떨어졌다.

폴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18번 홀과 마주 달리는 17번 홀 쪽으로 간 티샷은 그리 괴로워할 필요는 없었다. 2004년 어니 엘스 등 정상급 선수 몇몇은 일부러 17번 홀 페어웨이로 티샷을 때려 2온을 하기도 했다. 2온을 노리기엔 폴터의 라이가 좋지 않았지만 17번 홀 티박스 쪽으로 역주행해 3온을 하면 파는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폴터는 강공을 택했다. 5번 우드를 들고 18번 홀로 길게 쳐 올리려 했으나 공이 앞의 나뭇가지에 맞고 다시 17번 홀로 튕겨 나왔다. 폴터는 그제야 17번 홀 티박스 쪽으로 공을 레이업한 뒤 힘겹게 4온에 성공했지만 6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쳤다. 앞 조에서 폴터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본 배상문은 여유를 찾았다. 이때까지 배상문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첫 홀에서 두 번째 샷을 OB구역에 빠뜨렸다. 그러나 네 번째 샷을 핀에 붙여 보기로 막았다. 이른바 ‘OB버디’를 한 그는 여세를 몰아 2, 3, 5, 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파 3인 7번 홀에선 공이 워터해저드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해 다시 미끄러졌다.

8번 홀 버디, 9번 홀 보기, 10번 홀 버디로 그의 스코어는 요동쳤다. 10번 홀까지 파가 단 하나뿐이었던 배상문은 이후 8개 홀에서 모두 파를 잡아 우승을 차지했다.

천안=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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