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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m 긴 레일 연결 … 고속철 하루 1.4㎞씩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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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북 경산시 부근 고속철도 2단계 건설현장에서 장대레일 수송열차를 운전하는 노기관사 강신기씨. 그의 바로 뒤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 있는 것이 특수 제작된 370m짜리 수송열차다. [경산=강갑생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경북 경산시 부근 고속철도 2단계 건설 현장.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가운데 기관사 강신기(62)씨가 탄 화물열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가 철도를 타고 움직이는 길이 370m 화물열차에는 레일 20여 개가 실려 있었다. 강씨는 열차를 운전하며 무전기에서 들리는 지시사항에 귀를 기울였다. 열차가 콘크리트 침목만 놓여 있는 구간에 멈춰 섰다.

열차의 롤러기계가 ‘윙’ 하는 소리를 내며 레일 두 개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25m짜리 레일 12개를 용접해 붙인 300m짜리(장대레일)였다. 레일이 워낙 길어 바닥에 내려지며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레일을 침목에 연결시키는 작업이 시작됐다. 레일 하나를 고정시키는 데 20여 분이 걸렸다. 이어 앞서 깔린 레인과 이음매를 매끄럽게 하는 용접이 진행됐다. 고속열차가 달릴 때 작은 이음매도 소음과 진동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강씨가 다시 열차를 새 철로 위로 전진시켰다. 강씨는 “레일이 깔릴 때마다 내가 살 새집이 완성돼 가는 것처럼 맘이 설렌다”고 말했다. 강씨는 5월부터 장대레일 수송열차를 운전하고 있다. 1968년부터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소속 기관사로 곳곳을 누볐던 그는 2004년 초 정년퇴직했다. 100만㎞ 무사고 운전에 홍조근정훈장까지 받았다.

그는 은퇴 직전 고속철도에 매료됐다. 후배들의 배려로 시험 운행 중이던 KTX 기관실에 올라봤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최첨단 열차가 다니게 됐구나”라며 놀랐다고 한다. KTX 기관사가 욕심났지만 늦었고 고속철도 건설 현장에서라도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올 4월 기회가 찾아왔다. 레일 수송열차의 기관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이었다. 강씨는 “처음 열차를 봤을 때 너무 길어 놀랐다”고 기억했다. 특별 제작된 장대레일 수송열차는 길이가 370m다. 일반 화물열차는 200m가 채 안 된다.


강씨는 고속철 2단계 공사 중 동대구~울산 구간(79.8㎞)에 레일을 운반해 내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레일이 길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깔 수 있는 길이가 1.4㎞ 정도다. 이제껏 17㎞의 레일을 깔았다. 이 구간에는 전기 공급설비만 갖추면 열차가 달릴 수 있다. 나머지 울산~부산 구간은 터널공사가 많아 아직 레일을 까는 작업은 시작하지 않았다.

◆고속철도 2단계, 공정률 절반 넘어서=동대구~경주~울산~부산(연장 134.2㎞)을 잇는 고속철도 2단계 사업(2010년 완공 예정)은 공정률이 57%를 넘어섰다. 레일 깔기는 17㎞가량 이뤄져 전체 연장의 13% 정도다. 총 7조원이 투입되며 완공되면 서울~부산을 2시간10분에 달릴 수 있다.

환경단체와 불교계의 반발로 2005년 한때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던 원효터널(13.3㎞)도 전 구간이 관통돼 현재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울산~부산고속도로와 24번 국도를 가로지르는 언양고가도 커다란 아치 3개의 건설이 마무리 단계다. 철도시설공단 이양상 팀장은 “계획대로 2010년 말까지 완공이 무난하다”고 설명했다. 2단계 건설현장에는 1단계 때와 달리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난히 많다. 터널 등 작업환경이 열악한 현장은 태국·중국·베트남 등에서 온 노동자들로 채워져 있다.

◆터널이 전체구간 중 61.9%=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은 터널과의 싸움이다. 대전과 대구 도심 통과 구간을 제외한 134.2㎞ 구간 중 터널이 83.1㎞나 된다. 전체 연장의 61.9%다. 1단계(서울~동대구) 때는 터널이 77.7㎞(총연장 233.9㎞)로 33%였다. 가장 긴 터널은 부산 인근에서 부산진역까지 이어지는 금정터널로 20.3㎞다. 1단계 때 최장인 황학터널(9.97㎞)의 두 배가 넘는다.

2단계 구간은 레일 위에 자갈이 없다. 콘크리트 위에 바로 레일을 놓는다. 자갈에 비해 공사비는 많이 들지만 유지·보수가 쉽다. 또 주요 분야 설계를 외국 업체에 맡기고 사업 관리도 외국 업체와 나눠 했던 1단계에 비해 2단계는 전부 국내 기술로 하고 있다.

부산·경산=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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