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인플레 죽었다는데 물가 왜 치솟기만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물가는 왜 오르기만 하는가.선진7개국의 평균 인플레율은 2.
2%선에 이르렀다.3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인플레는 죽었다』는 말도 나돈다.선진국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와 사뭇 딴판이다.불경기가 오고 또 때마다 긴축을 논해 도 물가상승세는 흔들림이 없다.물가에 관한한 경제정책이 통하지 않는 것일까. 『정부의 긴축과 수요억제 노력만으로 지금보다 더 물가안정을 이루기는 힘들다.현재의 고질적인 가격결정구조를 방치하면 3% 물가안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수년간 물가를 다뤄왔던 어느공무원의 체념어린 호소다.지금의 「개도국형」가격결정 관 행으로는 「3%대의 선진국형 안정」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물가상승은 「국민적」노력의 결과다.꼭집어 누구만을 탓할 수 없다.모두가 크고 작게 나름대로 물가상승을 부추겨왔기 때문이다.농산물 값부터 보자.작황이 나쁠 때 오른 가격은 작황이 좋아져도 잘 내려가지 않는다.수급과 무관하게 전체 물 가상승분만큼은 계속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소비자도 마찬가지다.『복숭아값이1천5백원이나 하면 먹지 말아야 값이 내려가는 것 아닙니까.』물가지수 관리자가 아무리 분통을 터뜨려도 소용이 없다.농가소득을 늘 보전하고 또 아무리 값이 올라도 먹을 것은 먹겠다는 소비자가 있는 한 농산물에 의한 한해 0.7%포인트의 물가상승은각오해야 한다.
소비자 지출에서 16%를 차지하는 공공요금도 농산물만큼 물가상승을 떠받쳐 왔다.물가불안이 심하면 어느 기간중 억제하다 결국은 현실화해주는 관행 때문이다.더구나 요즘은 공공요금이 자율화되고 요금결정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돼 그나마 정 부 힘이 더통하지 않는다.또 교육투자재원을 생각하면 납입금도 계속 올려야하고 교통요금도 획기적 재정지원이 없다면 증가세를 늦추기는 힘들다.공공요금이 한해 물가상승을 보태는 것은 약 1.1%포인트다. 개인서비스 요금도 사정은 비슷하다.교육열이 식거나 식사문화가 바뀌기 전에는 이들에 의한 물가상승 「벽돌쌓기」는 각각 0.4%포인트와 0.3%포인트.
공산품가격상승의 「단골손님」은 공산품의 약 4분의1을 차지하는 독과점품목이다.제조단계부터 독과점적이고 유통단계도 경쟁제한적인 상관행이 뿌리깊다.제조업자와 유통업자간의 「짜고 치는 고스톱」때문에 더 내려갈 수 있는 가격도 계속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이들이 한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은 약 0.2%포인트.
결국 아무리 나라살림을 줄이고 돈줄을 조여도 한해 약 3% 물가상승은 어쩔 수 없다.
전체물가상승을 「지탱」해 온 이들 부문은 대부분 「닫힌 시장과 무경쟁」 또는 정부에서 묵인하고 있는 「안전망」속에 안주할수 있었던 부문이다.경쟁이 없으니 소비자는 물가탓을 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소비를 계속한다.업자는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비용에 일정한 마진을 붙인 수준을 당연히 받아야 할 값으로 보게 된다.결국 선진국형 물가안정은 업자간의 무한경쟁과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생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수입자유화를 통해 경쟁을 촉발시키고 수입이 되지 않는 것은 국내업자 끼리만이라도 경쟁이 촉진되도록 각종 장벽을 허무는 길 밖에 없다.
김정수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