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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관광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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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들어 농촌체험관광(그린 투어리즘)이 큰 인기다. 도시민들의 주5일 근무제에 따라 관광수요가 늘고 농촌 소득을 위한 정책대안으로 권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우수마을을 지정, 재정지원을 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2011년까지 농촌체험마을 수를 70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 중도에 포기하는 마을 많아

농촌체험관광은 꽉 짜인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민에겐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농사 체험 등 여가생활을 즐기게 한다. 농촌 주민에겐 녹색의 자연환경과 자신들의 농특산물, 그리고 전통적인 농촌 생활문화를 도시민에게 선보이는 시간이다. 지속 가능한 소규모 마을단위 개발을 통해 농촌지역의 활성화도 도모할 좋은 기회다.

이처럼 농촌체험관광은 단지 관광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민에겐 교육과 체험, 농촌엔 지역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연스레 도시.농촌 간 교류, 공생(共生)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농촌체험관광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농촌 현장에선 주민들이 막연한 기대 속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농촌관광의 초석이 된 강원도의 경우 새 농어촌 건설운동이 5년을 지나면서 70개의 우수마을이 선정되었다. 이렇게 어렵게 선정된 마을 중 화천군 토고미 마을 등 여러 마을에선 농촌체험관광이 성공리에 정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마을의 경우 어려움을 호소하다 결국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우리의 농업과 농촌 실정에 맞는 모델이나 구체적인 추진전략 등이 정착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농촌관광을 주도할 농촌의 인력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한 마을의 경우 2002년도에 우수마을로 선정된 뒤 마을부녀회가 농협과 함께 농촌체험관광을 시작했다. 한동안 도시민 모내기, 두부 만들기 등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나 주민들이 결국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개발치 못해 중도에 포기해 버렸다. 한번 온 도시민들이 다시 찾지 않고 민박 등을 통한 연소득이 한집당 20만원도 안 되자 부녀회보다 차라리 개인이 하는 게 낫겠다고 포기한 것이다. 이런 실패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도시민이 즐길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키며 마케팅 등을 하기 위해선 나름대로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농촌에서 지도자들이라야 이장.새마을지도자.부녀회장 등등 몇 사람일 뿐이다. 그들 대부분은 서비스 산업에 몸담은 적도 없고 관광에 대해선 아예 도시민과 생각 자체가 다르다. 지자체.농촌진흥청.농협 등에서 교육도 하곤 하지만 많은 경우 먹거리.숙박 등에 대한 산발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교육일 뿐이다. 개별 마을들을 고려한 체계적인 교육이 못 되고 있다.

*** 지도자 체계적 교육 아쉬워

농촌지역은 도시민이 가고 싶어하는 마음의 고향이다. 하지만 고객의 관광수요에 대응하고 소득 창출을 위한 여건을 개선하는 일은 농촌 주민의 몫이다. 행정 역시 주민교육, 도.농 교류 정보화 시스템 구축, 행정 인프라 구축 등등 선도적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지난해 화천군 광덕마을의 주민 10여명은 자비를 들여 유럽의 모범마을들을 벤치마킹했다. 그후 농산물 무인판매점을 설치하고 '우리는 농심을 팝니다'라고 쓴 팻말을 세워 화제가 됐다. 상업성보다 농촌의 넉넉한 인심을 알리고자 하는 푸근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성공사례에서 농촌관광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경량 강원대 교수.농업자원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