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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기대 심리 사라져야 바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호 26면

지난 주말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곧바로 서명함으로써 금융시장이 그토록 목말라 하던 ‘돈의 젖줄’이 다시 흐르게 됐다. 강물이 될지, 시냇물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최소한 ‘부도 도미노’를 멈추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시장에선 다시 낙관론과 비관론의 한판 싸움이 붙을 것 같다. 낙관론자들은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 해소되고 유동성 투입에 따른 부동산·실물·금융 부문의 턴어라운드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강조할 것이다. 비관론자들의 무기는 빠르게 침체하는 실물경제 지표와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아직 바닥은 오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의 이곳저곳에 아직 ‘혹시나’라는 기대가 만만찮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시장의 바닥은 기대심리가 완전히 꺾인 뒤에야 찾아왔다.

불과 1년 전, 미국 다우지수는 1만40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만300선을 겨우 지키고 있는 지금까지의 하락률은 27% 정도다. 베어마켓의 경계선(20% 하락)은 넘어섰지만 그렇다고 극심한 하락기로 볼 수는 없는 수치다. 닷컴 버블 붕괴와 9·11사태가 있었던 2001∼2002년의 하락률은 40%(1만2000에서 7000까지 하락)에 달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 땐 단 하루에 22.6%가 빠지기도 했다. 시장을 위협하는 변수의 다양성과 강도를 감안하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미련을 가진 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신호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증시와 동조하는 경향도 그렇다. 위기감이 극심한 진짜 바닥이라면 투기성이 강한 상품시장에서 돈이 빠져나와 안전자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주식보다 더 심하다. 초과수익을 노리는 핫머니가 아직 떠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 내내 약세를 보였다. 구제금융이 결국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던 탓이다. 미국에 워낙 휘둘리다 보니 한발 앞서 보는 시야를 갖추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혹시나’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수출, 경기 부양, 내년 초 경기 회복 가능성 등을 밝게 보는 시각이 아직 많다. 연기금이 주가를 떠받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바닥 아래 지하실이 있더라’는 탄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이럴 때의 대응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적립식으로 조금씩 주식을 사는 것이다. 투자기간은 아예 5년 이상을 각오하는 게 좋다. 인내의 시간에 비례해 보상이 돌아오리란 믿음을 가져야 한다. 지난주 워런 버핏이 GE에 3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했다. 금액이 커 보이지만 세계 2위의 부자인 그에겐 분산투자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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