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安企部 수사권 확대 非민주적 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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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총련 사태를 계기로 좌경세력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기부 대공수사권의 확대 필요성 여부가 쟁점이 되고있다.93년 안기부법 개정으로 축소시킨 안기부의 수사권을 회복시켜줄 필요성이 있다는 찬성론과,민주화를 역행하는 처사라 는 반대론이팽팽히 맞서고 있다.안기부법 개정을 둘러싼 양론을 들어 본다.
[편집자註] 요즈음 갑자기 신한국당이 오는 정기국회에서 의원입법 형식으로 안기부법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개정안의 주요내용인즉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제7조 1항),이적단체 구성(제7조 3항),이적단체 표현물제작(제7조 5항) ,불고지죄(제10조)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권을 회복하고,93년안기부법 개정때 신설되었던 안기부 직원의 직권남용금지(제11조),직권남용죄(제19조)를 폐지하며,더 나아가 변호인의 접견권을 일정하게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고정간첩 정수일사건 수사과정에서 안기부의 수사권 제한으로 대공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한총련 사태로 국민의 대북 경각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안기부가 좀더 원활하게 간첩색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 필요하기때문이라고 한다.
막강한 인원과 조직,막대한 국가예산을 사용하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해온 안기부등 대공기관이 정보력의 부재로 10년 넘게암약해온 정수일을 뒤늦게 발견하고,그 이적성과 불법성을 간과한채 방관해오다 이를 예방하지 못하고 마침내 이 번 한총련 사태를 초래케 한 안기부.경찰.검찰을 포함한 모든 국가 대공기관의태만과 총체적 무능,조직내부의 허점은 덮어둔 대신 엉뚱하게 안기부법을 개악적으로 개정하겠다는 집권 여당의 비민주적 착상은 참으로 한심하다.
대공수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가지 방안이 많은데 하필 지극히 민감한 사안인 안기부법을 개정하려고 하는가.
문민정부 초기인 93년 안기부법 개정안이 국민들의 박수속에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실을 우리는 지금도 생생히기억하고 있다.그당시 안기부법 개정은 군사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국가권력에 의한 제도화된 폭력과 ■권침해를 법적으로 방지하는 역사적 사건이었고 문민정부의 가시적 개혁조치 일환이었다.
안기부가 정권안보를 위해 올가미로 사용해왔던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와 찬양.고무죄등에 대한 수사권을 제한하고,국회 정보위가 안기부 예산을 실질적으로 심의.통제하며,정부 부처에 대해 행사해오던 보안감사권과 관계기관 대책회의로 불렸던 정보조정협의회를 폐지하는 것이 93년 개정의 주요 골자다.
그런데 다시 과거로 회귀해 안기부의 수사권을 확대하고 직권남용금지를 폐지하며 변호인 접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안기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신한국당의 태도는 우리에게 충격과 우려,다시금 심한 분노를 금할 수 없게 하고있다.결국 직권 남용금지를 폐지한다는 것은 직권남용을 조장 또는 권장하겠다는 것이고,변호인의 접견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장기 구금과 인권유린을 방조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문민정부 이후 조금씩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국민 곁에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안기부와 그 조직원들을 위해서도 장기적으로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게 될 것이다.조직원들로부터 직권남용과 인권유린의 유혹을 제거하고,무한한 권력을 최소한 으로 절제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안기부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속에 건전하게 장기 발전하는데 필요한 요체인 것이다.
柳重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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