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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구제금융안 하원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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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 부실을 정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구제금융 법안이 3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 하원은 이날 재표결에서 거액의 구제금융과 예금보호 한도 확대 등이 포함된 법안을 가결했다. 하원은 지난달 29일의 표결에선 찬성 205표, 반대 228표로 법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그 뒤 전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1일 상원이 먼저 법안을 가결했고, 이어 이날 하원이 통과시킨 것이다. 법안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시행된다. 이로써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개입이 이뤄지게 된다.

미국 재무부는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관련한 부실채권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이 채권에 물린 금융회사들이 도산 위기에 빠지는 것을 구해줌으로써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구제금융이 실제 집행되면 금융사들의 도산 위험 탓에 일어났던 국제적인 자금경색은 한 고비를 넘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원이 두 번째 표결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데는 금융위기의 불똥이 실물경제로 옮겨붙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3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일자리가 15만9000개 줄어 5년여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10만 개 감소)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줄어든 일자리는 76만 개에 달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주문량은 전달보다 4% 줄었다. 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뉴욕타임스는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불안해진 사람들이 매장을 찾는 것을 주저하고, 차를 사고 싶은 사람은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재계의 압력도 구제금융 법안에 반대하던 일부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게 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실리콘밸리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협회 대표, 비영리 민간기구 등은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구제금융 법안이 조기에 시행되지 못할 경우 대재앙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 성장률 하향 검토=우리 정부는 미국 하원의 구제금융법안 통과 이후에도 경제 불안이 당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 성장률을 4.7%, 내년 성장률을 4.8~5.2%로 잡았지만 여기엔 최근의 금융불안이 반영돼 있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일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를 감안해 국정감사 이후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올 성장률과 관련해 “미국 금융위기로 4%대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된다는 예측이 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 안팎의 성장을 전제로 짜인 내년 예산안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상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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