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벗기 거부하면 매질…모든 감방서 신음소리"

범아랍권 위성TV인 알자지라 방송의 수하이브 바드라딘 바즈(24 카메라기자는 '철저한 반미주의자'다. 그러나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는 '친미 아랍인'이었다. 그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은 이라크 내 미군 수용소에서 보낸 2개월간의 포로생활이었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곤 꿈도 꾸지마. 너의 알자지라는 잊어버려. 너의 미래는 없다. 유일한 미래는 관타나모(수용소)야!"

최근 일터로 복귀한 바즈는 미군 조사관이 자기 머리채를 붙잡고 소리치던 장면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바즈는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의 미군 수용시설로 끌려갔던 체포 첫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오후 10시였다. 미군 장교가 들어와 '언론을 존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달라'라고 말했다. 나는 3시간 동안 두건을 쓴 채 서 있다가 심문을 받기 시작했다. 교도관들은 알자지라가 어떻게 무장세력들의 공격사실을 미리 알게 됐는지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교도관들은 끊임없이 나를 때렸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바즈는 곧이어 악명높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로 이감됐다.

"그곳에선 모두 옷을 벗어야 했다. 거부하면 사정없는 매질이 돌아왔다. 모든 감방에서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감방 안에는 전기도 침대도 없었다. 찢어진 담요 한장뿐이었다"고 바즈는 회고했다.

바즈는 "전쟁 전에는 미국인들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존중한다고 믿었지만 이제 나는 그들이 그것과는 너무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