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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가 ‘감원 칼바람’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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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 금융가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이다. 미국 월가에서 쓰러진 부실 금융사의 얘기만은 아니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투자금융 부문에서 1900여 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일 보도했다. UBS는 이르면 2일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UBS는 올 상반기에도 이미 7000여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었다.

유럽 은행 가운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가장 큰 UBS는 지금까지 420억 달러를 손실로 털어냈다.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 곧 26억9000만 달러를 추가 상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관리 영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UBS는 지난해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고액 자산가들이 돈을 빼나가는 바람에 UBS는 고전 해왔다.

이에 따라 UBS는 투자금융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아예 별도 조직으로 떼어낼 계획이다. 투자은행(IB)과 주식·채권운용 파트로 구성된 UBS의 투자금융 부문은 올 6월 말 기준으로 1만9475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감원으로 전체 직원의 10%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 은행인 영국의 HSBC도 11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2주 전 파산보호 신청을 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도 유럽 채권사업 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인수협상을 계속했지만 실패함에 따라 750명의 직원을 내보내게 됐다. 이 밖에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 워싱턴 뮤추얼(와무)과 씨티그룹으로 넘어간 와코비아 은행도 인수자 측의 영업망과 겹치는 부문에서 감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UBS가 감원을 계획 중인 1900명을 포함해 지난해 7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업계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13만17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반면 졸지에 다니던 일자리를 잃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그룹이 아시아 지역 전문인력 12명을 영입했으며, 이 중에는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 법인 파트너 1명과 전무급 2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 메릴린치도 지난주 노무라 홀딩스로 넘어간 리먼브러더스 아시아 사업 부문의 인력관리팀 6명을 데려갔다. 이 때문에 리먼의 아시아·유럽·중동 사업 부문을 인수한 노무라 홀딩스는 우수 인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리먼 직원들의 이적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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