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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0·4 일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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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는 4일이면 남북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의 산물인 10·4 선언이 발표된 지 1년이 된다. 하지만 당시의 막후 주역들은 남북 모두 무대에서 사라졌다. 남에선 정권이 교체되며 벌어진 물갈이에 휩쓸려 나갔고, 남북 관계가 냉각되면서 1년 전 북한의 대남 라인들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회담 당시 선언문 초안을 북측과 함께 작성했던 숨은 실무 주역이자 통일부의 엘리트로 손꼽혔던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지난달 말 친정인 통일부에 사표를 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를 나와 무보직 상태로 공무원 재교육을 받았다. 그사이 통일부에선 노무현 정부 말기 연수를 떠났거나 한직에 있던 후배들이 국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8월 정상회담 협의차 조 전 비서관을 대동하고 비밀리에 방북했던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올 초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6일 시작되는 국회의 국정감사에선 외교통상통일위의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 모두 참여하며 최고의 대북 전문가로 인정받던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은 지난봄 국정원을 나와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조용히 강단에 섰다.

지난해 10월 2일 군사분계선을 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접했던 최승철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사라진 지 9개월이 넘는다. 정보당국은 그의 해직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상회담 후 서울을 찾았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역시 공개 석상에 등장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한 당국자는 “남북 관계가 냉각되며 대남 부서인 통전부가 전면에서 움직일 업무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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