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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학평가] MBA 국제화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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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출범 3년째를 맞은 한국형 MBA 대학원들은 외형적으로는 어느 정도 국제화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원의 학비 부담을 안고 해외 MBA로 빠져나가는 학생을 붙잡기 위해 학교들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뇌한국(BK)21 평가를 의식한 학교 간의 경쟁이 상승 효과를 일으켰다. 그러나 화려한 외양과 달리 국제화의 질적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MBA가 국제화 주도=대학원들이 ‘국제적인 경영교육’을 목표로 개설한 ‘글로벌 MBA’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연간 10억여원의 BK21 사업 지원금을 받는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 4개 대학의 간판 MBA는 영어 강좌 비율에서 모두 5위 안에 들었다. 평가 대상 18개 중 4개 MBA는 강의의 100%를, 12개 MBA는 강의의 절반 이상을 영어로 진행한다.


이들 학교는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에서도 세계 톱 수준이다. 성균관대·서울대·연세대의 글로벌 MBA는 외국인 교수의 비율이 50%를 넘었다.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들이 특강 강사로 초빙돼 국내 강단에 섰다. 이들 MBA는 또 등록 학생의 20~30%가 외국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 평가에서 세계 20위 안에 드는 미국 MBA의 평균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이 38% 정도인 것에 비춰 보면 높은 수치다.

교환학생이나 해외연수 등은 MBA 학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국제화 지표다. 한양대 SKT MBA와 성균관대 MIT MBA, KAIST 금융MBA는 학생 전원이 한 학기를 해외 교류 대학에서 공부하도록 했다.

중앙일보 분석 결과 MBA 교수의 17.5%는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공인회계사·변호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다. 기업의 사외이사인 교수도 11.9%에 이른다. 특히 성균관대 MIT MBA(43%)와 한양대 SKT MBA(31%) 소속 교수의 비즈니스 경험 비율이 높다. 또 대부분의 학교는 국내외 기업 경영인들을 특강 강사로 초빙해 기업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례를 교육에 활용하는 사례 수업 방식을 활용했다. 교수들의 비즈니스 경험이나 기업인들의 현장감 있는 강의는 학생들의 실무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또 전체 MBA 교수 4명 중 1명(23.9%)꼴로 세계 톱 20위권의 명문교에서 최종 학위를 받았다.

◆숫자 경쟁에 대학들 속앓이=국내 MBA 대부분이 국제 수준의 경영교육을 한다는 검증을 받지 못했다. 외국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받은 곳은 11개 대학원 중 고려대·서울대·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3곳에 불과하다.

외국인 교수 비율도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 18개 MBA 중 9개는 전임 외국인 교수가 한 명도 없다. 외국인 교수 비율(57.7%)에서 2위인 서울대 글로벌 MBA도 외국인 교수 19명이 모두 비전임이었다. 이들은 2~3주 강의를 하고 난 뒤 미국의 본교로 돌아갔다. BK21 평가에서 비중(31.3%)이 큰 국제화 부문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교수 임차’라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외국인 교수 모셔 오기 경쟁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톱 MBA 출신 외국인 교수에게 주는 강의료는 2주에 2000만~3000만원. 이 밖에 숙박비와 비즈니스석 왕복 비행기표도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 이들을 전임으로 채용하려면 한국인 교수 연봉의 2~3배는 줘야 한다. 외국인 학생들도 학교가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 혜택을 제공하며 스카우트하는 형편이다. BK21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한 대학원장은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을 신경 쓰느라 교육 커리큘럼 개발 등 내실을 다지는 데 필요한 투자에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홍보에 열을 올리는 복수 학위도 MBA 지원자가 꼼꼼히 따져 봐야 할 부분이다. MBA들이 맺은 복수 학위 협정 41개 중에서 국내외 두 학교 양쪽에서 학위를 주는 곳은 15개뿐이다. 나머지는 외국 대학에서 일반 경영학석사 학위(MS)를 받는 조건이다. 학생 선발권을 국내 대학원이 갖는지, 복수 학위에 인원 제한은 없는지도 학생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2008년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종합평가=강홍준 기자(팀장), 김경진·이에스더 기자
▶생명공학(공학·자연계열)=선승혜 기자
▶ 생명공학(농학계열)=최익재 기자
▶경영전문대학원(MBA)=박수련 기자
대표 e-메일 주소 : univ@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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