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는 펀드 투자비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장기투자를 하면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펀드보수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반길 만할 정책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판매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나 수수료 인하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일 판매사가 펀드 투자자에게 1년도 안 돼 다른 펀드로 갈아타도록 권유하고, 고객이 이에 따른다면 그 정책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클래스 펀드의 도입으로 장기투자자가 수수료 측면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1%의 선취판매수수료에 연 1.5%의 신탁보수를 받는 펀드와 연 2.5%의 신탁보수만 받는 펀드가 있다고 칩시다. 1년만 투자한다면 두 펀드 가입 고객은 거의 유사한 투자비용을 내게 됩니다. 그러나 2년을 투자하면 선취펀드 고객은 20%의 비용을, 5년을 투자하면 32%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펀드 투자비용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 주식펀드보다 인덱스펀드가 더 인상적입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49개를 대상으로 신탁보수율 상·하위 10개 펀드의 평균수익률을 비교했습니다. 보수율 최고 펀드들의 단순평균 보수율은 2.1%, 최저펀드들은 0.4%(선취수수료 별도)로 1.7%포인트 차이를 보였습니다. 두 집단 중 신탁보수율이 낮은 펀드군의 1년간 수익률이 2%포인트가량 높았습니다.
공모 주식펀드 중 선취수수료 펀드의 시가총액 비중은 2006년 말 28.4%에서 최근 49.0%로 급증했습니다. 일견 장기투자에 유리한 수수료 구조를 가진 펀드를 많이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펀드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만일 선취형 펀드 가입자들이 1년도 안 돼 다른 펀드로 갈아탄다면 비선취형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 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