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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야 놀자] 장기투자 땐 투자비용 덜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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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수년 전 미국의 증권감독 당국은 한국의 펀드 투자자라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장기투자자에게 유리한 판매수수료 선취형 펀드 대신 비선취형 펀드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한 펀드 판매사에 엄청난 벌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판매사는 항상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펀드 투자비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장기투자를 하면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펀드보수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반길 만할 정책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판매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나 수수료 인하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일 판매사가 펀드 투자자에게 1년도 안 돼 다른 펀드로 갈아타도록 권유하고, 고객이 이에 따른다면 그 정책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클래스 펀드의 도입으로 장기투자자가 수수료 측면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1%의 선취판매수수료에 연 1.5%의 신탁보수를 받는 펀드와 연 2.5%의 신탁보수만 받는 펀드가 있다고 칩시다. 1년만 투자한다면 두 펀드 가입 고객은 거의 유사한 투자비용을 내게 됩니다. 그러나 2년을 투자하면 선취펀드 고객은 20%의 비용을, 5년을 투자하면 32%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펀드 투자비용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 주식펀드보다 인덱스펀드가 더 인상적입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49개를 대상으로 신탁보수율 상·하위 10개 펀드의 평균수익률을 비교했습니다. 보수율 최고 펀드들의 단순평균 보수율은 2.1%, 최저펀드들은 0.4%(선취수수료 별도)로 1.7%포인트 차이를 보였습니다. 두 집단 중 신탁보수율이 낮은 펀드군의 1년간 수익률이 2%포인트가량 높았습니다.

공모 주식펀드 중 선취수수료 펀드의 시가총액 비중은 2006년 말 28.4%에서 최근 49.0%로 급증했습니다. 일견 장기투자에 유리한 수수료 구조를 가진 펀드를 많이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펀드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만일 선취형 펀드 가입자들이 1년도 안 돼 다른 펀드로 갈아탄다면 비선취형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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