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경무역 루트확보속셈-후세인,쿠르드거점 공격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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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동의 「문제아」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미국등 세계 각국의 심기를 건드리며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거점을 전격 침공했다가 곧바로 철군약속을 발표한 속셈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90년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미국의 반격으로 전국토가 초토화되는 상처를 안았던 후세인이 또다시 화를 자초하지는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경제의 숨통을 조여 온 석유금수(禁輸)조치가 「유엔안보리 결의 986」에 따라 앞으로 약 한 달후면 부분해제될 상황에서 이라크가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와 관련해 이라크의 고위관리는 AFP통신과의 회견 에서 『쿠르드지역 점령은 석유금수조치 해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이라크는 유엔의 석유금수조치 해제에 앞서 터키와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수출 계약을 맺어 놓은 상태다.또한 석유수출에이어 터키와의 국경무역 재개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터키로 가는 석유 파이프라인이 북부 국경의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통과한다는 점이 이라크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현재 쿠르드족 지역에서는 친이라크계 쿠르드 민주당(KDP)과친이란계 쿠르드 애국연합(PUK)이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17일 이후에는 양측간에 유혈충돌까지 빚어졌다.양쪽의 세력판도는 92년 자치의회선거에서 정확히 50대 50의 의석을 확보했을 정도로 팽팽했으나 최근 무력충돌에서는 친이란계 PUK가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PUK가 이 지역을 장악할 경우 앞으로 석유수출 및 국경무역에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 후세인이 결국 자기 휘하의 KDP를 지원하기 위해 무력침공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렇게 본다면 일단 후세인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라크군의 침공에 따라 KDP는 자치지역을 완전 장악하고 이라크기를 게양했기 때문이다.그러자 후세인은 곧바로 철군을 공언했다. 문제는 국경지역으로 군대를 급파한 이란의 태도다.아직 분쟁 조짐이 보이지 않지만 이번 사태는 최악의 경우 이라크.이란양국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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