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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어린이 매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93년5월초 타이베이(臺北)의 윤락소녀구제재단 직원들이 항구도시 단수이(淡水)의 사창가를 급습했을 때 그곳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손님들은 하나같이 70세를넘은 노인이었고,그 상대는 모두가 12세가 안된 어린 소녀들이었던 것이다.노인이 어린 소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장수(長壽)하고 회춘(回春)한다는 중국 고래의 속설 탓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특히 아시아지역에서 나이어린 창녀들이 급증하는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사창가를 찾는 남성들의 에이즈에대한 공포가 어린 소녀들을 찾게 하기 때문이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역시 터무니없는 생각이다.어린 소녀들은 쉽게 상처를 입어 감염되는 것도 빠른데 하는 일 자체가 완전 불법이어서 좀처럼 치료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어린이 매춘이 가장 성행하는 태국의 경우 10대 창녀는 무려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그 가운데는10세가 채 안된 어린 소녀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필리핀.인도.인도네시아 등지의 어린 이 매춘은 돈때문이라지만 미국이나 대만같은 나라에서도 10만~20만명의 어린 창녀들이 들끓고 있음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어떻든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어린이들이 마구 짓밟히는 것은 모두가「철없는 어른들」의 탓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지난해 9월 국제노동기구(ILO)의 한 심포지엄은 한국도 「어린이 매춘국」에 포함된다고 밝혔고,지난 4월 미국 노동부의 보고서도 이를 재확인했지만 우리 외무부의 경위조사 결과 대만을 한국으로 잘못 표기한 것임이 드러났다.누명은 벗은 셈이지만 과연 어린이 매춘의 예외국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지난해 3월에는 경찰관의 부인이 운영하는 단란주점이 초등교생에게 윤락을 강요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고,미성년자를 고용하는 퇴폐업소가 부지기수이니 그 대열에 들어서는게 시간문제일는지도 모른다.지금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선 세계 1 백여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어린이 성학대방지를 위한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다.「어린이 매춘국」에 포함되지 않은 것만 다행으로 여기지 말고 그 모임에서 제기되는 대책과 해결책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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