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복지公約 삼켜버린 경쟁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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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역번호 없이 전국이 하나의 통화권으로 통합되는 「전국단일통화권」과 그 직전단계로 현행 1백44개 지역번호가 15개로 축소되는 「시외전화 광역화」추진이 전면 유보됐다는 사실이 26일공식적으로 정보통신부에 의해 인정됐다.역대 대통 령선거에서 여당후보의 단골 선거공약이고 문민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던 전국단일통화권 구축이 무산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통신개발연구원은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화요금 공청회에서 전국단일통화권 구축의 전 단계인 시외전화 광역화 실시를전면 유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신개발연구원은 이날 『광역화는 국민 편익차원에서는 바람직한정책이지만 전국적인 통신시설을 갖추지 못한 데이콤등 후발 통신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통신시장 경쟁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했다.이에앞서 석호익(石鎬益)정통부정 책심의관은 지난 23일 공식 브리핑에서 『시외전화 광역화는 98년 이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전면 유보됐다』고 밝혔다.
지역번호를 일일이 누르지 않고 값싼 요금으로 시외전화를 걸 수 있는 시외전화 광역화및 전국단일통화권은 지난 80년대초부터국민복지 차원에서 추진됐다.당초 시외전화 광역화는 늦어도 내년에 실시되고 전국단일통화권은 98년부터 시외전화 광역화가 점점더 확대돼 결국 하나의 통화권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었다.그러나 98년 대외개방에 대비한 통신시장 경쟁체제 구축전략이 지난해 수립되고 데이콤이 올해,온세통신이 내년에 각각 시외전화사업에 나서게 되면서 이 정책 은 후발 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이에따라 정통부는 전국단일통화권및 시외전화 광역화 구축을 전면 유보키로 결정하고도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이번 전화요금체제 관련 공청회를 통해 슬그머니 거론,꼬리를 감추기로 한 것이다.
본지는 7월29일자 1면에 이 사실을 단독 보도했으나 당시 정통부는 근거없는 사실이라며 전언론사에 해명자료를 배포했다.그로부터 한달도 안돼 정통부가 이날 이를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80년대 전국단일통화권 구축계획 마련 담당자였던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자신이 이 정책을 앞장서 반대하는 입장이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원호 정보통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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