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동용섭씨 탈출 한국친척이 결정적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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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1일 제3국을 통해 자유를 찾은 북한주민 동용섭(董龍燮.52)씨의 귀순에는 남한에 사는 董씨의 친척 董진수(가명.
72.인천시연수구선학동)씨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
6.25때 사상범으로 몰려 부인과 한살난 아들을 남겨두고 월남,인천에서 재혼해 살고있는 董옹은 함경남도북청군에 생존해 있는 가족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거듭 인터뷰를 사양하다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董옹이 용섭씨의 소식을 처음 전해들은 것은 지난 4월말.중국관광을 다녀왔다는 한 관광객으로부터 『용섭이라는 동생이 북한을탈출해 중국 선양(瀋陽)에서 형님을 애타게 찾고있다』는 전화를받고서였다.
그 관광객으로부터 연락처를 알아낸 董옹은 죽기전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날수 있다는 일념으로 개별적으로 출국준비를 서둘렀다.그리고 5월8일 중국 선양의 한 이발소에서 먼 조카뻘인 용섭씨를 만났다.
『우리는 중국 공안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인근 여인숙으로 자리를 옮겼지요.그리고 닷새 낮밤동안 두고 온 고향이야기를 나눴어요.』 이후 董옹은 용섭씨의 귀순계획을 세웠다.현지안내원을채용하고 중국 공안요원에게 수시로 뇌물을 건네주며 검문을 피해선양을 빠져나와 기차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한국대사관과의면접을 수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대사관 사정으로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할수 없이 귀순시기를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용섭씨와 현지 안내원에게 도피자금을 쥐어주고 귀국한 董옹은 하루가 멀다하고 통일원등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용섭씨의 망명을도와줄 것을 호소,45일만에 당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董옹은 7월10일 다시 중국으로 갔다.그리 고 선전(深수)에 은신중인 용섭씨와 베이징의 한국대사관을 방문,용섭씨의 망명의사를 재차 확인시켜 줬다.
『떠나올 때 한살이던 아들이 이젠 용섭이처럼 늙었을텐데….』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하는 董옹은 『용섭이가 한국에서 편안히 살수 있도록 신부감을 골라 줄 작정』이라고 했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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