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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극장가 오락물 퇴조 가울 분위기 물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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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여름방학이 끝나는 이번주부터 극장가의 분위기도 바뀔 듯하다.
여름 특수를 겨냥한 할리우드 흥행대작들의 요란한 총성과 폭음에 귀 기울였던 관객들이 가을분위기의 서정적인 영화로 발길을 옮기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현재 개봉 대기중인 할리우드 흥행대작은 『타임 투 킬』 한편정도인데 흑백인종갈등이라는 미국적 소재때문에 국내에서의 흥행은완전 미지수다.
상영중인 『더 록』『인디펜던스 데이』같은 영화도 올 가을까지계속갈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뒷심이 달리는 인상을 주고 있다.이런 분위기를 타고 앞으로는 서정성 짙은 드라마들이 인기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암아트홀에서 상영중인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그 신호탄격인 작품으로 지난 3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평일에도 거의 전회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주에 선보이는 『일 포스티노』도 만화같은 할리우드 흥행영화에 식상한 성인관객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작품.올 봄 개봉됐다주목을 끌지 못하고 막을 내렸지만 작품이 아깝다고 생각한 백두대간이 디즈니로부터 배급권을 사들여 다시 개봉하 게 됐다.
코아아트홀 개관이래 최고 예매율을 기록하는등 첫 개봉 때와는대조적인 양상을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노벨상 수상자인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젊은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의감상포인트는 인간영혼의 가장 맑은 부분을 아름 답게 보여준다는것. 지중해에 떠 있는 이탈리아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과 예술의 본질을 가장 소박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준다.이밖에 이번주에 개봉하는 영화는 『채널 식스나인』『스투피드』『스파이 하드』등 세편.
한국영화로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채널 식스나인』은 컴퓨터 해킹을 통해 해적방송인 포르노채널을 공중파에 방영하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영상과 컴퓨터시대에 맞는 기획으로 제작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끌었다.『두 여자 이야기』로 연출역량을 인 정받은 이정국감독의 세번째 작품으로 신현준.홍경인.최선미등이 출연.다양한영화적 요소들을 집약하려한 의욕이 돋보인다.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보면 퍼즐 맞추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한편 뭔가 가슴에 묵직한 부하감을 전해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한가지 희소식이 있다.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빔 벤더스가 공동연출한 『구름 저편에』와 앨런 파커감독의 『미드나잇익스프레스』가 다음주말 나란히 개봉된다.『구름 저편에』는 사랑과 삶에 대한 거장의 깊이있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탈옥영화의 고전으로 상업적 조미료를 빼버린 『쇼생크 탈출』쯤 되는 영화다.
『스투피드』는 사물을 보통사람과는 전혀 다른 각도로 보는 한가족이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로 웃음의 각도가 대단히 미국적이다.영화적 의미보다 웃음의 문화차이를 느껴보는데 의의를 두어야 할 작품.
『스파이 하드』는 악당들의 음모를 분쇄하는 비밀첩보원의 좌충우돌을 그린 패러디 영화.『스피드』『트루 라이즈』『사선에서』『클리프 행어』등 히트작 10여편의 명장면을 코믹하게 패러디했다.이미 비슷한 패러디영화가 여러편 등장한 시점이어 서 발상이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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