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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3년 근무 마치고 이임하는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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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만난 사람 =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해내존지기 천애약비린(海內存知己 天涯若比隣·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있다면 하늘 저편 끝에 있어도 이웃과 같으리)’ .

당(唐)대 시인 왕발(王勃)이 쓴 ‘촉주(蜀州)로 부임해 가는 두소부(杜少府)를 보내며’의 한 구절이다.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한국 지인들에게 보낸 ‘석별의 글’에서 이 구절을 인용했다. 닝 대사는 오는 10월 중순께 3년1개월여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어디에 있으나 한·중 우호를 위해 애쓰자는 취지지만 이한(離韓)의 아쉬움이 짙게 배어난다. 26일 서울 효자동의 중국대사관에서 닝 대사를 만났다.

-한·중 양국 민간 차원의 감정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양국 국민 사이에 어떤 심각한 감정상의 대립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설사 비이성적인 감정 문제가 존재하더라도 이것이 양국 국민 감정의 주류를 대표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특히 이미 형성된 양국 우의의 기반을 흔들 수는 없을 것이다.”

-재중국 한국인회에서는 한·중 우호 증진을 위해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양국 관계가 급속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걸 피하긴 어렵다. 중요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해결하는가다. 겸따마다 운동은 상호 존중과 이해, 양보 등과 같은 원칙을 갖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양국 국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매우 건설적인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의 중앙일보와 중국의 인민일보 등 두 언론사가 앞장서 양국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어떤 오해가 생겼을 때, 그 진상을 밝히고 왜곡된 여론을 바로잡기로 한 것은 좋은 협력 모델이다.”

-수교 16년이 됐지만 한·중은 아직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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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한국 사회와 문화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다. 반면 한국인은 중국의 경제와 사회, 문화 등이 갖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중국은 다민족·다문화 국가다. 어느 한 곳, 또는 어느 한 가지 현상이 전체 중국을 대표할 수 없다. ”

-한·미동맹 복원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한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건 아닌가.

“중·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되는 일이며 양국의 공동 선택이기도 하다. 올해는 양국 관계가 과거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층 더 격상됐다. 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올림픽 폐막 불과 몇 시간 만에 한국을 국빈방문했다. 이는 중국 외교의 구조 속에서 한국의 지위가 상승했다는 것을 말한다. 또 중국이 한국을 얼마만큼 중시하는가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한·중 양국이 향후 서로 협력을 강화해야 할 사항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 정치적으로는 전략적 소통의 강화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양국의 수요가 변화하는 데 따라 협력 규모와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 인문 교류에 있어서는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 교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얼마 전 이임 기자회견에서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경쟁 관계로 보는 건 케케묵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양립 가능한 것인가.

“중·한 관계의 발전은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도 기여했다. 중국은 한국의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서, 한국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다른 나라와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둘러싼 이야기가 많다.

“한국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 외에 아는 바 없다. 북한은 중국의 이웃이다. 중국은 인접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바란다. 강조하고 싶은 건 북한의 안정이 유지되는 게 중국은 물론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점이다.”

-북핵 문제가 꼬이고 있다. 중국의 초대 북핵 담당 대사였는데 현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현재 검증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할 일은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당사국들이 6자회담에서 합의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준수하기를 희망한다.”

-한국에선 최근 멜라민이 든 분유로 촉발된 중국산 식품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안전치 못한 식품이 한국에까지 들어온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양국의 관련 부서가 협의를 통해 식품 안전에 대한 기준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량이 세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한국 지인들과의 만남을 소화했는가.

“솔직히 말해 주량이 센 친구들이 부럽다. 그러나 나는 진심을 가지고 한국 친구들과 우정을 마셨다고 본다.”

-중국어 연설보다 한국어 연설이 더 자연스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좋아진 비결은 무언가.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삼다(三多)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매일 한국 신문을 읽은 게 한국어 수준 향상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한국 근무 중 가장 보람된 일과 유감스러운 일을 꼽는다면.

“대사로 재직하는 지난 3년 동안 중국 최고 지도자인 후진타오 주석이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다. 이는 중국 외교에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도 두 차례나 중국을 찾았다. 일개 외교관으로서 이 같은 큰일에 여러 번 참여한다는 것은 매우 얻기 힘든 경험이자 기회다. 양국 발전에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는 생각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또 2006년 독일 월드컵 축구 대회 때 중국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 축구단을 응원했던 추억이 인상 깊다. 가장 유감스러웠던 경우는 양국 발전 과정 속에서 어떤 문제는 피할 수 없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런 문제가 확대 왜곡 보도돼 양국 국민의 감정이 상하고 양국 이익에 손실을 가져왔을 때였다.”

-끝으로 한국 국민에게 이임 인사를 한다면.

“아름다운 한국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또 많은 한국 친구들을 사귀었으며 이들의 중국에 대한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중·한 양국의 우호 관계가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절대 역전될 수 없을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됐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또 어디에 있건 중·한의 우호 발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남북한 자주 평화 통일의 실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내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사진=김경빈 기자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는

1955년 12월 중국 톈진(天津) 출생

73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교 조선어과 입학

76년 중국외교부 입부

77년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 서기관

82년 중국 외교부 아주국 서기관, 과장

91년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 1등 서기관, 참사관

95년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

2003년 중국 외교부 본부대사(한반도, 북핵 담당)

2005년 9월~ 제4대 주한 중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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