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관에 3~4일 버틸 쌀 있었다-韓總聯 농성장 24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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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농성중 탈진하거나 경찰 진압도중 부상하고 20일 경찰병원에 후송,치료받고 있는 학생들은 농성장 생활이 비교적 질서가 있었고 부족하지만 음식물 공급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종합관에서 연행된 학생들은 『2천여명이 최소 3~4일은 더 버틸 쌀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朴모(20.경북대2년)양은 『농성이 시작된후 이틀간은 각자 가방에 준비한 라면과 과자.초콜릿을 먹었지만 17일부터는 하루두끼 죽과 탈진에 대비,소금으로 연명했다』고 말했다.사수대에게는 별도로 주먹밥이 준비됐다.
그러나 이과대에서 연행된 崔모(24.한남대4년)군은 『쌀 한부대는 사수대를 위해 먹지 않았고 18일 오전11시쯤 한사람당비스켓 두개가 지급되고 캔음료수 한개를 셋이 나눠 먹었는데 19일부터는 이마저 끊겨 물만 먹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낮시간에는 이탈자를 막기 위해 2시간 간격으로 한총련투쟁방향과 진압시 탈출방법등에 대한 분임토의를 벌였고 투쟁일지를 그림으로 남기는 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수대는 10여명씩 조를 나눠 4시간 간격으로 옥상과 출입구에서 24시간 경계를 섰다.이들은 유사시 사용할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휴대하고 벽과 기둥을 부숴 만든 돌과 휘발유를 곳곳에 쌓아 마치 요새를 방불케 했다.또 학교 위치에 밝 은 연세대생을 중심으로 비상시 퇴각할 지도를 만들어 갖기도 했다.
학생들은 지역별 조직단위로 움직이며 의대.한의대.간호대생을 중심으로 한 의료진을 구성,강의실 하나를 별도 의료실로 쓰기도했다.그러나 의약품이 태부족,실험실 알콜을 물에 타 최루액으로인해 수포가 생긴 곳을 화장지에 묻혀 소독하기 도 했다.
이들은 『이탈하려는 학생들을 사수대가 제지했다는 것과는 달리출입은 자유로웠다』며 『그러나 건물을 나가면 경찰봉으로 머리를맞고 모두 구속된다는 소문이 돌아 더이상 투항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과대 건물과 종합관에는 각각 5대,7대의 공중전화가 있고 대다수 학생들이 삐삐를 소지해 학부모들과 연락은 가능했다. 19일 아침부터는 탈진자가 늘고 부상자가 악화돼 경찰의『투항하고 나오면 선처하겠다』는 방송에 일부 학생들이 『집에 가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해 동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태진.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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