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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아시아] 4. 동남아 '빅 브러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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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태국 방콕 시내에 있는 한 사설 중국어학원. 이 건물은 온통 중국어 세상이다. 1층엔 학원 접견실과 행정실, 2층엔 중국 서적센터, 3층엔 중국어를 가르치는 10여개의 교실이 있다.

"800여명의 수강생 가운데 60% 정도가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라고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출신의 류샤오잉(劉曉瑛.56)원장은 귀띔한다. 생존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태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몸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어가 유창해지면 대졸자의 평균 월급인 8000바트(약 24만원)보다 두배쯤 많이 받는다. 중국 관련 비즈니스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劉원장은 "방콕에만 수강생 500명을 넘는 중국어학원이 20여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개인교습은 시간당 500바트로 소득 수준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과외교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1965년 중국이 공산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중국문화 금족령'을 내렸다.

그 후 32년 동안 중국어 교육은 물론 중국서적 발간과 문화 행사가 금지됐다. 그러나 요즘은 딴판이다. 2002년부터 춘절(春節.설날)마다 차이나타운에서 대규모 축제가 열린다.

국립 인도네시아대학(UI) 인문대학 2학년생인 산티(18)와 네타(20)는 "대학에 들어와 중국어를 배웠는데 둘만의 비밀스러운 얘기는 중국어로 한다"고 말했다. UI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은 200명이 넘는다.

동남아의 화풍(華風.중국 바람)은 이제 한류(韓流)를 능가하는 기세다. 베트남의 안방에선 중국.대만의 TV드라마를 쉽게 볼 수 있다. 하노이의 대학원생 응웬(24)은 "TV를 틀면 언제든 중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스타인 자오웨이(趙薇)는 한국의 김희선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린다.

하노이 시내 동북쪽에 있는 자이펑에는 중국병원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중의사(中醫師) 100여명이 개인병원을 열었다. 중의학으로 효험을 봤다는 입소문을 타고 환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방콕.하노이.자카르타=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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