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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不者 되겠다" 연체자들 잔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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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불량자인 주부 韓모(45)씨는 얼마 전 연체금을 깎는 방법을 알기 위해 증권사에 근무하는 친척을 찾았다. 그는 친척에게서 "1년에 세번만 신용카드사에 연락하고 계속 연락을 끊으면 원금을 삭감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배드뱅크(금융회사 부실채권을 한군데 모아 처리하는 곳) 등 정부.금융회사의 신불자 지원 방안이 속속 발표되면서 '지능형' 채무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조건 빚을 갚지 않겠다는 '배째라'형 신불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신불자 지원 방안이나 금융회사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지능형 신불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지난 3월 배드뱅크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채권 회수율이 20%가량 떨어졌다"며 "채무자에게 연락하면 '배드뱅크 서비스를 받겠다'며 채무 지급을 거절하는 고객이 올 초에 비해 4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鄭모(46)씨는 신용카드 대금 325만원을 연체해 대환론(장기연체를 대출로 전환해 주는 것)으로 매월 이자와 원금을 꼬박 갚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카드사에 전화해 "총선 후 신불자 정책이 조만간 나올 것 같다"며 "대환론을 취소해주고 그동안 갚았던 이자를 돌려주고 신용불량자로 등록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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