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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공장도 '인터넷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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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소사업가 최효승씨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www.auction.co.kr)에 다종 영상물동시재생장치(특허번호 03292325)를 매물로 올렸다.

즉시 구매가 1억원인 이 특허는 TV의 한 화면에서 두개의 프로를 동시에 풀화면으로 시청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매는 5일까지 진행된다.

인천에서 인터넷 업체를 운영 중인 김승재(41)씨는 '가격흥정'이라는 BM특허(비즈니스 모델특허, 특허번호 03281420)를 옥션에 즉시 구매가 1000만원에 내놨다.

5일까지 경매가 계속되는 이 특허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온라인을 통해 가격을 흥정토록 하는 사업 모델이다.

김승재씨는 "직접 사업을 하려고 했으나 자금 부족으로 사업화가 어려워져 이번에 특허 사용권을 매물로 올렸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에 따른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가들이 각종 특허를 인터넷에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옥션 등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는 지난해까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올 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옥션 배동철 이사는 "전자상거래의 발전으로 인터넷 경매의 대상이 확대된 이유도 있지만 계속된 불황으로 각종 BM특허나 발명 특허 등을 갖고도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개인 사업가나 중소기업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허 출원 단계에 있는 발명품이나 아이디어 상품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개인 발명가 김영대(37)씨는 옥션에 '자연냉장 김치냉장고''자동으로 가스레인지 불끄는 압력밥솥''체온을 이용한 보온신발' 등 현재 특허 출원 단계인 발명품을 각각 5000만원에 내놨다.

의정부의 개인사업가 송훈호(59)씨도'탈모방지 및 발모 성분'과 '초고속 땀흡수 섬유 속옷' 등 특허를 받았거나, 현재 특허 출원 중인 다섯가지 사업 아이템을 묶어 즉시 구매가 3억원에 팔고 있다.

가동 중인 공장이나 운영 중인 놀이기구까지 인터넷 경매에 올라 오고 있다. 지난달 말 옥션에는 호텔.사우나 등에서 나오는 수건 등 세탁물을 처리하는 공장이 매물로 올라왔다.

15년간 세탁사업을 운영하던 김문환씨가 내놓은 3개의 공장은 입찰자를 찾지 못해 현재 유찰된 상태다.

2일에는 한 콘도 놀이동산에서 운영 중인 '타가다 디스코''스페이스 룹'등 대형 놀이기구 2개가 즉시 구매가 1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매물 주인인 朴모(33)씨는 "임대 기간이 만료돼 직접 놀이동산을 운영하려 했지만 불황인 데다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아 판매 또는 임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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