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심해야할 與權 개헌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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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의장이 대통령 5년 단임제(單任制)를 4년 중임제(重任制)로 바꾸는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받고 있다.그는 5년 단임제 아래서는 대통령이 장기계획을 추진할 수 없고,국민들에게중간 신임을 묻는 절차로서도 중임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야당은 즉각적으로 『정국혼란을 불러 올 발언』으로 규정하고 여권의 분명한 태도표명을 촉구했다.
우리는 비록 당사자가 원론적인 얘기라고 해명은 했지만 국회의장이라는 여권 수뇌부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는데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와 같이 불행한 헌정사를 가진 나라에서는 그 의도가 아무리 순수하다 해도 개헌논의를 제기하는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믿는다.특히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는 그 영향력을 감안할때 말할 나위가 없다.그 파장이 클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런 발언을 한 이유나 동기가 뭣인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
우리는 헌법이 영구불변한 것으로 보지 않으며,국민적 필요에 의해 고칠 수도 있다고 본다.그러나 개헌논의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민 누가 보더라도 의심하지 않게 떳떳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믿는다.특히 임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 리가 3선개헌이라는 나쁜 선례를 갖고 있으므로 집권연장 음모라는 의심을 받기가 쉽다.그렇기 때문에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기회있을 때마다 재임중 불(不)개헌을 천명해 왔다.
그런점에서 국회의장의 이번 발언엔 석연치 않은 느낌이 없을 수 없다.임기를 불과 1년 반정도 남겨놓고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그러잖아도 정치권에서는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오면 개헌 가능성이 있다』 는 식의 유언비어가 나도는 판에 이같은 발언은 경솔한 것이었다.여당은 불필요한 공방을 막기 위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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