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객석은 계급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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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호 10면

외국 공연장에서 티켓의 좌석번호를 보고 자리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1, 2, 3층을 가리키는 표현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의 메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객석 1층을 Stalls, 2층을 Dress Circle이라고 부른다. Stalls란 원래 진열대·외양간이라는 뜻이다. 2층은 로열 박스가 있다고 해서 ‘Royal Circle’이라고도 한다. 좌석 번호는 앞 열부터 알파벳 순, 오른쪽부터 1·2·3·4…로 매긴다. I열과 Q열은 없다. J열·O열과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장직 음악전문 기자의 무대이야기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1∼5층을 각각 Orchestra Stalls, Stalls Circle, Grand Tier, Balcony, Amphitheatre라고 부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1~6층을 각각 Orchestra, Parterre, Grand Tier, Dress Circle, Balcony, Family Cirlce로 부른다. 빈 슈타츠 오퍼에선 1층을 Parkett, 2~3층을 Rang, 4층을 Balkon, 5층을 Galerie, 2층 입석을 Stehparterre라고 부른다.

18세기 파리에서 극장의 1층은 금녀(禁女) 구역이었다. 입석인 데다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이 벌어지기 일쑤여서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 1780년대 이후에야 벤치석이 마련됐다. 1880년대부터 여성의 1층 입장이 허용되었는데 그 후 여성 관객이 쓰고 있는 대형 모자에 가려 무대가 안 보인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당시 공장에 다니는 여공을 제외하면 모든 여성은 외출할 때 반드시 모자를 착용했다.

영국 극장의 3층은 ‘Upper Circle’이라고 한다. 상류층(upper class)이 앉는 자리로 착각해 암표를 비싸게 사면 후회한다. 시야 확보를 위해서 경사가 매우 급하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무대를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런던에서 ‘발코니석’ 암표를 비싸게 주고 샀다가 낭패를 보는 미국인이 많다. ‘발코니’는 미국에선 2층이지만 영국에선 맨 꼭대기 4층이다. 신(神)들처럼 멀고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본다는 뜻에서 ‘gods’라고도 부른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음악 팬들이 선호하는 자리다.

골목에서 발코니석으로 올라가는 출입문이 따로 있는 곳도 있다. 19세기 파리 오페라에서는 맨 꼭대기 층을 ‘천국(paradis)’이라는 멋진 단어로 불렀다. 사실은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어 공연 내내 악취가 진동하는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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