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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팍스 로마나’시대 연 촌뜨기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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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로마 최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
앤서니 에버렛 지음,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520쪽, 2만2000원

거듭되는 전쟁으로 쇠퇴와 붕괴의 위기에 놓인 로마를 구해내고, 유럽 문화의 모체인 팍스 로마나(Pax Romana) 시대를 연 인물. 로마에 경찰청과 소방청을 만들고 상비군을 조직한 사람. 모두 로마 최초의 황제로 불리우는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를 가르키는 말이다.

그의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도로망을 정비하고 다양한 법령을 제정했으며 로마 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한마디로 아우구스투스의 통치기간 40여 년은 이후로 수백년간 지속된 로마제국의 등뼈가 만들어진 시기였다.

저자는 그러나 위대한 황제가 아닌 인간 아우구스투스에 주목한다. 그의 본명은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다. 옥타비아누스는 초라한 시골마을 출신이다. 병약한데다 선천적으로 겁이 많았다. 촌뜨기 소년의 인생은 작은 외할아버지이자 로마 최고의 영웅인 카이사르의 죽음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진다. 카이사르는 19세 소년 옥타비아누스를 양자로 삼아 자신의 이름과 권력을 남긴다.

이때부터 옥타비아누스의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시작된다. 그는 우선 양아버지를 죽인 원로원의 공화주의자들과 손을 잡았다. 카이사르의 오른팔이자 자신의 최대 정적인 안토니우스와도 협력과 반목을 거듭한다.

결국 옥타비아누스는 양부의 원수인 브루투스와 카시우스 등에게 복수하는 데 이어 기원전 37년에는 안토니우스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의 연합 함대를 물리치며 명실상부한 로마의 1인자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승리로 가득찬 것만은 아니다. 양아버지 카이사르와 달리 전쟁에 재능이 없었던 그는 안토니우스를 무찌른 악티온 해전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그는 그러나 카이사르가 갖지 못한 인내심이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다른 사람을 통해 채우는 용인술까지 있었다. 데생 시간의 석고상으로 유명한 아그리파에게 군사관련 전권을 스스럼없이 넘긴 것 등은 카이사르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자신이 구상한 계획이나 질서를 어그러뜨리면 가족도 버리는 비정함도 갖췄다. 실질적으로 황제의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공화정 복귀를 선언하는 등 정치적 유연성도 그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그는 ‘해낼 때까지 기필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자는 “아우구스투스의 삶은 양부 카이사르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그가 2000년 전에 로마 제국을 공고히 한 덕에 후대의 유럽이 하나로 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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