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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黨바뀌어야한다>1.地區黨 꼭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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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정당사가 반세기를 넘어섰다.결코 짧지 않은 역사다.그러나 우리 정당들은 사회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해소하고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 반대의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정당의 얼굴은 철저한 인물중심과 지역중 심으로 일그러졌다.선거때마다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포말정당이기도 하다.돈정치가 난무하고 저질의 줄서기가 힘을 쓴다.비대한 조직에 구멍가게식 운영,1인 독주의 사당(私黨)체제,망국적 지역주의와 베일에 쌓인 자금줄.21세기를 앞두고 우리 정당은 근본부터 바뀌어야한다.정당개혁은 선진 정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우리 정당들의 문제점과 개혁 대안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註] 자민련 심양섭(沈良燮.군포)부대변인은 최근 지구당 사무국장과 여직원을 차례로 내보냈다.사무실도 곧 폐쇄할 계획이다.『버틸 수가 없어요.지금 같은 정치문화 속에서 지구당을운영하다간 알거지가 되기 십상입니다.』 4.11총선 직전 자민련 지구당은 전국에 2백개가 넘었다.총선 넉달이 지난 현재 그중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아버렸다.중앙당은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지구당을 운영하라』고 독려하지만 일선 위원장들은 움직이질 않는다.
민주당에서도 장기표(張琪杓.동작갑)위원장등 30여명 이상이 무더기로 지구당을 폐쇄했다.이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한가지.『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들어가는 지구당 운영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설악산에서 열린 신한국당 의원세미나에서 권철현(權哲賢.부산사상갑)의원등은 『의원들의 발목을 잡는 지구당 운영시스템을 제발 좀 바꾸자』고 하소연했다.
도대체 정당 지구당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기에 이럴까.
국회의원 선거구는 현재 2백53곳.신한국당은 이들 전 지역구에,국민회의와 자민련.민주당등 야3당도 대부분 지역구에 지구당을 하나씩 두고 있다.간판을 달고 있는 지구당이 8백개가 넘는다. 지구당은 원래 지역 유권자와 당원들에게 당 정책과 이념을홍보하고,역으로 지역의 문제점과 민심을 수렴해 국정에 반영하기위한 조직이다.민주정치를 정당정치라고 할 때 지구당은 그 핏줄과 세포인 셈이다.문제는 이 세포조직이 썩어들어가 거꾸로 우리정치를 부패하게 만드는 화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그중에서도 가장 큰 폐해가 「돈정치」의 근거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여야는 94년 선거법을 개정했다.선거비용을 9천만원 정도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면 피선거권도 박탈하는 어마어마한 내용이다.개정 선거법은 15대 총선에서 후보들의 「돈질」을 얼마간 견제한 게 사실이다.그렇다면 정치는 이제 어느 정도 돈으로부터 해방됐을 법도 한데 의원들의 대답은 『전혀 안 그렇다』는 것이다. 『평소 지구당에서 지역구에 뿌려지는 천문학적 자금을 그대로 놔둔 채 선거 때만 단속한다고 돈 정치가 사라질 리 만무합니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진천-음성)의원의 말이다.
도대체 어디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걸까.국민회의 한 중진의원 보좌관 P씨는 지구당을 『돈먹는 하마』라고 했다.
『동창회.종친회.부녀회.각종 계모임등 셀 수 없이 많은 단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손을 벌립니다.유권자인 우리가 이러저러한 행사를 하니 찬조금을 내라는 겁니다.많을 땐 하루에 10건도 넘어요.거기에 한달이면 1백건이 넘는 결 혼식.장례식.회갑연….』 초선의원의 경우 최소한 한달에 1천만원,중진의원이면 2천만원,중앙당의 당직을 맡거나 잘 나가는 고참의원이면 3천만원 이상.정치권에서 공인되다시피한 지구당의 매달 최소 운영비용이다.
***결혼.장례.회갑 月100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한 의원들은 매달 이 돈을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내야 한다.의원한달 세비는 약 4백여만원정도.의원들은 그 돈으론 개인의 품위유지하는데도 벅차다고 한다.그렇다면 나머지 돈은 도대체 어디서나오나. 『여야 가릴 것 없이 기를 쓰고 물 좋다는 상임위에 가려고 하잖아요.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치부한다고만 봐서는 안됩니다.정치를 계속하려면 지구당을 운영해야 하는데 그 돈을 어디서충당합니까.적당히 이권에 개입하고 여기저기 손도 벌■야 죠.』신한국당 지역구출신 중진 K의원의 말이다.그는 『지구당이 의원부패에 크게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당운영비를 줄이려고 의원들은 편법도 쓴다.입법활동에 도움이 되라고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의원보좌관을 자신의 지구당 사무국장으로 임명하는 것이다.결국 국민세금을 받아 개인의 지구당관리를 하는 셈이다.
여당은 사정이 좀 낫다.중앙당이 지구당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현재 신한국당은 2백53개 지구당에 매달 6백여만원씩을 내려보낸다.신한국당의 예산중엔 국고보조금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으니 역시 국민세금이다.
***常任委 돈거래 부추겨 지구당엔 「민원」도 폭주한다.그게지역구의 문제점에 대한 고발이거나 개선 요구라면 권장할 일이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취직과 인사청탁에서부터 건축허가 받고 세금 깎아달라,학교배정 잘 받게 해달라는등 온갖 시시콜콜한 일들에 압력을 행사하라는 겁니다.그런 부탁이 99%입니다.』 신한국당의 또 다른 K의원 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구당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거대한 유착사슬」이다.여야를 가릴 것 없이 지구당 부위원장과 고문들은 지역유지들로 채워진다.이들은 때때로 수십만~수백만원씩의 당비를 자진납부하는 모범도 보인다.그러나 상당수는 반대급 부를 들고와 지구당위원장을 괴롭힌다.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죠.의원에게 청탁해 관청의 수의계약따내고,각종 단속에서 피해가고…그런 식이죠.』 신한국당 의원 보좌관 S씨.
민주당 이원호(李元鎬)전조직국장은 『지구당엔 브로커들이 판친다.평소 지역에서기관 찾아다니며 이권청탁하고 의원들에게 민원하는게 이들의 주업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지구당운영 체제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호소한다.선거때 뿐 아니라 평소에도 정치인들의 각종 단체에 대한 찬조금 지원을 아예 금지시키고 지구당 근무자 숫자도지역구민의 의견수렴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등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심지어 지구당 자체를 없애야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국회는 지금 제도개선특위를 열고 있다.여기에선 선거법과 정당법도 논의 대상이다.21세기를 코앞에 둔 지금 정치권은 결단을 내릴 때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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