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해외 러시의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해외투자정도가 아니라 공장과 본거지를 해외에 이전하는 기업까지 생겼다.반도체.자동차 등 우리 주력업종의 공장이 자꾸 해외로 나가는 것을 걱정하는 가운데 전자부품을 만드는 상장(上場)회사인 고니정밀은 다음달말까지 인천의 생산시설중 70%이상을 산둥성(山東省)의 옌타이(烟臺)시 초가(草家)공장으로 옮긴다고밝혔다.그리고 광고.연구개발.영업 등 관리부서만 국내에 남겨두겠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사업의 본거지를 인천에서 중국의 옌타이로 옮기는 사실상 본사이전을 단행 한 셈이다.
기업이 사정에 따라 본사나 공장을 외국에 옮길 수도 있는 것아니냐고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다.그러나 우리의 기업환경으로 볼 때 이번 고니정밀의 본거지이전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고니정밀은 중국이전 배경에 대해 지나 친 고임금을 들었다.중국에선 한국내 근로자인건비의 13~20% 수준으로 대졸사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내의 각종 고비용구조때문에 기업들이 자꾸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특히 국내산업을 이끌어 갈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기업이 각종 규제.고비용구조를 견디지 못해 여건이 훨씬 유리한 유럽. 미국 등지로시설투자를 늘려가는 현상은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다.
고니정밀의 본거지 해외이전은 바로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임금.고금리.각종 규제 등에 의한 우리의 고질적인 고비용구조가 개선되지 않는한 제2,제3의 같은 사태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본거지의 해외이전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성장가능성 등을 감안한 뚜렷한 비전아래 단행된 것이라면 그 기업으로선 활로의 개척일 수 있다.그러나 국내기업환경이 좋지 않아 기업들이 본거지를 자꾸 해외로 이전,국내산업의 공동 화(空洞化)현상이 심화되는건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정부는 당장 개선가능한 규제의 과감한 철폐 등 국내에서 마음편히 기업할 수 있는 환경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